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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눈높이 사설]연아 그리고‘레미제라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2-12-21 00: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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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연아 그리고‘레미제라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는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걸려 있다. 1830년 *왕정복고에 반대해서 일어난 7월 혁명 당시의 거리를 그린 그림이다. 오른쪽 끝에는 권총을 들고 모자를 쓴 부랑아(부모나 보호자의 곁을 떠나 일정하게 사는 곳과 하는 일 없이 떠돌아다니는 어린이) 소년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이 소년을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름은 가브로슈.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의 제목처럼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은 모두들 가난하고, 상처 입고, 사랑을 잃고, 억울하고, 외로운 사람들이다.

 

10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NRW트로피 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의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동영상으로 보다가 눈물을 흘릴 뻔했다. 1년 8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빙상에 다시 선 김연아의 모습이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어우러져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피아노와 첼로로 연주되는 애잔한 선율에 맞춰 김연아는 특유의 발레동작 스핀을 선보이며 찬란한 이슬처럼 빛나는 연기를 해냈다. 그러다 결국 힘이 빠진 듯 빙판에 쓰러졌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다시 일어섰고, 당당한 모습으로 경기를 마쳤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들은 넘어져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김연아도 밴쿠버 올림픽에서 최고의 영광을 얻은 이후 목표를 상실하고 방황했다. 대중의 시선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아직도 젊고 재능이 넘치는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해주길 바랐다. 결국 김연아는 다시 운동복을 입었다.

 

그가 복귀작으로 ‘레미제라블’을 택한 것은 의미심장했다. 인생의 영광과 상처, 실패와 좌절, 외로움까지 맛본 사람이 아니면 표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빙판에서 넘어진 그의 실수는,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었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일어선 것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삶을 지속해 나가는 민초(백성)들의 강인함을 표현한 것이리라.

 

동아일보 12월 17일자 전승훈 문화부차장 칼럼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b>※ 어휘UP</b>

<b>왕정복고:</b> 혁명 등으로 폐지되었던 왕정(왕이 다스리는 정치)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

 

정리=이비치 기자 qlc@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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