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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달인]<2> 사극연기 신동 최원홍 군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2-10-22 23: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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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연기하니 역사가 머릿속에 쏙쏙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만든 ‘사극’은 어른 연기자도 연기하기 어렵다고 손꼽는 장르다. 상투를 튼 채 무더운 여름날에도 몇 겹이나 되는 한복을 입고 연기해야 하는데다 대사에 한자어가 워낙 많은지라 발음하기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사극에서 최근 한 초등학생이 멋진 연기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경기 수원시 안룡초 6학년 최원홍 군.

 

최 군은 SBS 드라마 ‘신의’에서 경창부원군(고려 제30대 왕인 충정왕)으로 출연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고려 최영 장군(이민호)을 대신해 독약을 먹고 비극적으로 죽어가는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산’, ‘바람의 나라’, ‘계백’, ‘옥탑방 왕세자’ 같은 사극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한 ‘사극연기 신동’ 최 군을 만났다.

 

‘내가 사극연기를 할 수 있을까?’

 

최 군이 연기를 시작한 것은 일곱 살 때. 외삼촌이 한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열린 ‘예쁜 어린이 사진 콘테스트’에 최 군의 사진을 올려 당첨되면서부터다. 당시 상품은 놀이공원 자유이용권과 연기학원 2개월 수강 무료쿠폰이었다.

 

공짜 쿠폰이 생겨 연기학원에 가보았지만 워낙 내성적인 탓에 최 군은 잘 적응하지 못했다. 첫날 프로필 사진만 겨우 찍고 더 이상 학원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프로필 사진을 보고 삼성화재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 이후 드라마 ‘사랑도 미움도’에서 주인공의 아들 역으로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 군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꾼 것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의 활약상을 담은 사극 ‘이산’. 그의 첫 사극 도전이었다. 연기학원을 체계적으로 다녀본 적이 없는 최 군으로선 정통 사극 연기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기에 당초엔 “못하겠다”며 사양했다. 하지만 운명이었을까. 최 군은 결국 이 사극에 정조의 조카인 완풍군으로 출연했다. 당시 그는 8세였다.

 

“사극연기가 처음이라 난감했어요. 대사에 한자어도 많은데다 대사 자체가 길어서 외우기 어려웠지요. 목소리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 할지, 목소리의 높낮이는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몰랐어요.”(최 군)

 

최 군은 당시 조연출이었던 이성준 감독(사극 ‘해를 품은 달’의 연출자)의 현장 지도를 받았다. 대사 하나하나를 따라 읽으면서 사극연기를 배워나갔다.

 

사극연기, 암기와의 전쟁!

 

최원홍 군이 연기한 사극 ‘계백’(위)과 ‘신의’의 한 장면
“아국이 수백재해우하여 양지편소나 인륜이 명어상하고 교화가 행어하하여 풍속지미가 모의중화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 ‘이산’에서 최 군이 했던 이 대사는 ‘동몽선습’(조선시대 서당에서 가르쳤던 어린이학습서)의 한 구절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바다모퉁이에 있어 땅은 작지만 인륜(人倫·사람 사이의 관계와 질서)이 위에서 밝혀주고 교화(敎化·가르치고 이끌어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함)가 아래에서 시행되어 풍속의 아름다움이 대국(大國·큰 나라)에 못지않다’는 뜻이다.

 

사극연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사 암기. 암기력이 좋은 최 군도 한자어가 너무 많은 탓에 쉽지 않았다. 최 군은 우선 대본을 받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는다. 전체 맥락을 먼저 파악한 뒤 그 속에서 자신이 맡은 인물의 역할을 분석한다. 이후 자신의 대사를 반복해서 읽는다. 뜻이 이해되지 않으면 부모님께 묻는다. 확실히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 읽고 또 읽는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암기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없다.

 

사극 ‘인수대비’를 촬영할 당시 사서삼경(四書三經·유교의 기본 경전)을 줄줄 읊어 감독님으로부터 “원홍아, 정말 백점짜리 연기다”라는 칭찬을 들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는 왕이다’ 생각하니 역사책이 즐거워요

 

‘신의’에서 독약을 먹은 탓에 온몸에 염증이 생긴 분장을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라고 최 군은 말했다. 10초 남짓한 분량을 위해 3시간의 분장을 견뎌야했다. 본드처럼 끈적거리는 물질을 온몸에 바른 탓에 촬영이 끝난 뒤에도 몸에 붉은 반점이 남아 한 달간 지속되었다.

 

하지만 최 군은 “사극연기는 힘든 만큼 좋은 점도 많다”고 말했다. 촬영으로 학교를 빠지는 날이 적잖지만 그는 “평균 90점 이상을 받을 때도 있다”며 웃었다. 사극연기가 특히 사회, 역사 시간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최 군은 백제, 신라, 고려, 조선시대를 사극 속에서 직접 ‘살아봤기’ 때문이란다.

 

“제가 왕 역할을 했던 인물이 지배했던 시기를 역사시간에 배울 때는 무척 친근하고 즐겁게 느껴져요. 여러분도 역사시간에 ‘내가 왕이다’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어보세요.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요.”(최 군)

 

▶글 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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