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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문학으로 불을 밝히다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2-04-30 22: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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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돌 맞은 문학인 5명 백석·설정식·김용호·이호우·정소파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문학으로 불을 밝히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봇도랑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큼 뛰어 도랑으로 가 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초등학교 2학년 국어시간에 배우는 백석의 동화시 ‘개구리네 한솥밥’ 중 일부다.

시인 백석을 포함해 1912년에 태어난 설정식, 김용호, 이호우, 정소파 등 문학인 5명이 올해로 탄생 100돌을 맞았다. 모두 우리나라 문학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작가들이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작가는 정소파 시인이 유일하다.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는 이들의 삶과 작품을 돌아보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열린다.

이들이 한창 활동하던 시기는 우리나라가 일본제국주의의 핍박을 받던 일제강점기. 문학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보장되지 않던 암흑기였다. 과연 이들의 삶과 고민은 대표작품들에서 어떻게 드러났을까? 어동이와 함께 이들 5명을 만나는 문학여행을 떠나보자.

 

●백석 - 민족의 비극적인 삶 그려

 

어동이: 백석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향토적인 민족정서가 담긴 시로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 중 한 명이라고 들었어요. 선생님의 삶은 어땠나요?

백석(1912∼1996): 난 지금의 북한인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단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1934년 귀국했지. 젊은 시절엔 나도 꽤 잘생겼지? 허허.

내가 한창 시를 쓰던 1930년대 말은 일제의 압박이 가장 심했을 때란다. 난 강력히 투쟁하진 않았지만, 대신 몰락해 가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시에서 보여주었지. 예를 들어 ‘여승’이라는 시에서는 남편과 자식을 잃고 스님이 된 여성의 비극적인 인생을 그렸어. 이 여성은 집을 나가 광부가 된 남편을 10년 동안 기다리다 결국 딸과 함께 남편을 찾으러 떠났는데, 옥수수를 팔며 떠돌아다니다 결국 딸마저 하늘나라로 보낸단다.

난 어땠냐고? 1945년 우리나라가 해방되고 곧 6·25전쟁이 일어났지만 그대로 고향에 남았지. 북한에서는 시인보다는 주로 번역가, 동화작가로 활동하며 살았단다.

 

●설정식 - 사명감에 불탄 젊은 지식인

 

설정식(1912∼1953): 백 선생은 나와 같은 시기에 살았지만 참 달랐소.

어동이: 왜요? 설정식 선생님은 시집 ‘종’ ‘포도’ 등을 펴내셨다고만 알고 있는데….

설정식: 백석 선생과는 달리 나는 정치적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거든. 난 사실 굉장한 부자 엘리트였어. 지금 북한 땅인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나는 우리 아버지가 광산을 가졌던 덕분에 당시로서는 드물게 미국에서 유학을 할 수 있었단다. 귀국하고서는 광산·농장·과수원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했지.

본격적으로 시를 쓴 건 광복 직후야. 이땐 아주 사명감에 불타올랐어. 일제로부터 해방됐으니 우리 주권으로 바로 서는 ‘민족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의식을 시에 적극적으로 담았지. 이렇게 정치적 의식이 강하게 담긴 시를 ‘정치시’라고도 한단다.

나의 최후는 드라마처럼 비극적이었어. 6·25전쟁 통에 인민군에 입대하면서 북한으로 갔지만, 얼마 후 ‘미국 스파이’라는 억울한 죄목으로 사형을 당하고 말았지.

 

●정소파 - “내게 시 쓰기는 종교”

 

어동이: 와…. 저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격동의 시기를 보내셨네요. 아픈 현대사 속에서 지식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뇌를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밖에 다른 작가 선생님들도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요!

이호우(1912∼1970): 난 현대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단다. 시조가 조선시대 활발하게 창작된 우리 민족 고유의 시라는 것, 고학년은 아마 알게야. 난 한 민족, 한 국가에는 반드시 민족의 숨결이 담긴 국민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게 바로 시조라고 믿었지.

김용호(1912∼1973): 내 대표작품은 ‘주막에서’ ‘동대문주변’ 등이야. 일제강점기 핍박받는 민족의 서러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의지를 노래하며 개인적 체험까지 시에 담았지.

정소파(1912∼ ): 유일하게 아직까지 살아있는 작가인 나는 올해 100세가 됐지요. 나보고 ‘살아있는 한국 문단의 증인’이라고들 하더구나. 일제강점기에 처음 시조를 발표한 이후 지금도 하루 2, 3편씩 시를 쓰고 있단다. 내게 시 쓰기란 종교와도 같지.

 

▶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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