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조선왕실 궁중혼례 재현 행사 열려
“딴따다다∼ 딴따다다∼♬”
쉿! 떠들면 안 돼요. 지금은 결혼식 중이거든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검은 색 턱시도 양복을 입은 신랑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바로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결혼식 장면이기 때문이랍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선왕실의 궁중 혼례를 재현하는 문화공연 행사가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주최로 열렸어요. 이번 재현 행사는 지난해 145년 만에 프랑스로부터 돌려받은 우리 문화재 ‘외규장각의궤’ 중 ‘가례도감의궤’의 고증을 거쳐 이뤄졌기에 더욱 의미가 깊답니다. ‘의궤’는 조선시대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의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히 정리한 책이에요. 옛날 그 모습 그대로를 똑같이 재연한 것이지요.
조선시대 왕실의 궁중혼례는 아주 화려하고 웅장했어요. 절차도 복잡해서 여러 달에 걸쳐 수천 명의 인원이 동원되었다고 해요. 한번 자세히 알아볼까요?
간택·책비
“음… 누구를 왕비로 고를까?”
혼인 절차 중 첫 번째는 왕비 자리에 오를 규수를 선택하는 ‘간택’. 국가에서는 왕실의 결혼에 앞서 금혼령(결혼을 금지함)을 내리고 결혼할 나이가 된 전국의 모든 처녀를 대상으로 명단을 올리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 명단을 올린 응모자는 25∼30명 정도. 사실상 누가 왕비가 될지 대략적으로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왕비의 간택은 세 차례의 심사를 거칠 정도로 엄격했다. 대개 1차는 6∼10명, 2차에 3명, 3차에서 최종 1명을 선택했다.
납채·납징
“나와 결혼해 주오!”
이젠 정식으로 청혼할 차례. 대궐에서는 간택된 왕비 집에 왕 대신 청혼을 할 사자(使者·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을 하는 사람)를 보냈다. 이 의식이 ‘납채’다. 왕비 집에서 청혼을 받아들이면, 혼인이 이루어지게 된 징표로 대궐에서 사자를 통해 예물을 보내는 ‘납징’ 의식이 진행됐다.
책비
“당신을 진짜 왕비로 임명합니다”
예비 왕비는 국왕과 혼례식을 치르기 전 별궁에 머물면서 미리 왕실의 법도를 배워야 했다.
왕실의 법도를 모두 익힌 예비 왕비에게 관을 씌우고 진짜 왕비로 책봉하는 의식을 ‘책비’라고 한다.
친영·동뢰
“왕비, 이제 우리 같이 삽시다”
‘친영’은 왕이 왕비의 집 역할을 했던 별궁에 가서 왕비를 맞아들이는 의식이다. 혼례식의 하이라이트. 별궁에서 왕이 사는 궁으로 가는 행렬에는 높은 관료들과 호위 무사뿐 아니라 내시, 궁녀들까지 함께 했다. 조선왕실의 권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궐로 온 왕과 왕비는 그날 밤 서로 절한 뒤 술잔을 나누고 첫날밤을 치른다. 이를 ‘동뢰’라고 한다.
★ 잠깐! 외규장각 의궤의 가례도감이란?
외규장각 의궤는 지난해 한국과 프랑스 간 협의에 따라 145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이번 궁중혼례 재현행사는 바로 이 외규장각 의궤 중에서 왕의 결혼식 내용을 담은 ‘가례도감의궤’를 참고한 것.
영조가 정순왕후를 왕비로 맞이하려고 궁으로 데려가는 행렬을 그린 ‘친영반차도’라는 이 그림(사진)에는 무려 379필의 말과 129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옛날 왕의 결혼식이 얼마나 웅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