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우리나라에는 야생동물의 유전자를 ‘저축’하는 은행이 있다, 없다?

답: ‘있다’.

 

동아어린이기자들이 16일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이항 은행장을 만나 은행이 하는 일과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 은행장과 동아어린이기자 신애림 양, 강민재 군, 정유진 양.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이 바로 그곳이다.

1980년대 후반까지 한반도에 살다가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호랑이가 극동러시아에 사는 아무르호랑이와 ‘한 핏줄’이라는 사실을 최근 밝혀내 ‘한국호랑이는 멸종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곳이 바로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어린이동아 2월 9일자 2면 참조).

이 은행의 ‘정체’는 무엇일까? 동아어린이기자들이 출동했다. 16일 서울대에 있는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에서 이항 은행장(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을 만났다.

참석한 동아어린이기자: 강민재(서울 노원구 을지초 3)

정유진(서울 성북구 돈암초 3) 신애림(서울 영등포구 신영초 5)

 

●“금고에는 금보다 귀한 것이 들어있어요”

 

어린이기자들이 궁금해 한 것은 ‘은행의 정체’. 질문이 쏟아졌다.

 

일반 은행과 어떻게 다른가요?(민재)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저축하면 은행은 그 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지요.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야생동물의 유전자 정보가 들어있는 시료(試料·시험이나 검사에 사용되는 생물이나 물질)들을 저축했다가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지요.”

 

어떤 시료들이 저축돼 있나요?(유진)

 

“야생동물 신체의 조직 일부이지요. 근육 간 허파 신장 등 1만3500여 개의 시료가 있어요. 그 중에는 ‘똥’도 있답니다. 똥 안에도 여러 가지 정보가 있거든요. 장에서 먹이가 소화되면서 장 속의 세포들이 떨어져 나와 똥에 섞이는데 이 세포를 찾아내 유전자를 추출하면 똥의 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요.”

 

유전자를 저장해 놓는 금고가 있나요?(애림)

 

“은행 복도에 있는 ‘김치 냉장고’처럼 생긴 냉동고를 봤나요? 영하 100~300도로 유지되는 이 냉동고가 바로 금고입니다. 유전자가 손상되지 않는 최적의 온도에서 시료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어떤 황금보다도 더 값비싼 것이지요.”

 

정말요? 그 이유가 뭔가요?(민재)

 

“멸종 위기에 놓여있거나 멸종된 야생동물을 살릴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거든요. 이 시료들을 연구해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의 질병을 알아내 치료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요. 또 멸종된 야생동물을 복원할 때 사용할 수도 있죠.”

 

●“일본에서 가져올 수 없는 ‘우리 호랑이’”

 

이 은행장은 최근 ‘한국호랑이 관련 연구’를 하면서 ‘시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한국호랑이의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는 한국호랑이의 뼈 일부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세계의 박물관과 과학관에 연락해 한국호랑이 뼈를 가진 곳이 있는지를 알아봤죠. 얼마 뒤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에 한국호랑이의 두개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당장 일본에 달려가 보게 된 두개골에는 한자로 ‘조선(朝鮮)’이라고 적힌 팻말이 붙어 있었어요. 분명한 한국 호랑이의 두개골이었지요. 하지만 멸종위기종의 뼈를 일본 밖으로 가져나가는 것이 금지돼 있었습니다. 결국 두개골 안쪽의 뼈를 조금 긁어오는 것만 겨우 허락을 받았습니다. 새끼손톱 반 크기의 가루 한 줌을 한국에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유전자 검사 결과 아무르호랑이와 100%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동아어린이기자들이 물었다.

“한국호랑이가 멸종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지요?”

이 은행장은 동아어린이기자들에게 다시 물었다.

“여러분이 아는 호랑이 관련 속담이 참 많지요? 또 축구 국가대표 문장(紋章·상징하는 그림이나 문자)은 무엇인가요? 호랑이지요? 그만큼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입니다. 돈이야 벌면 되지만 이렇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생동물은 멸종되면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지요!”

 

▶ 글·사진 이지현 기자 edith@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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