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2005 동화작가와 어린이가 함께 쓰는 동화’ 우수상 작품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5-09-07 2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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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그 쪽지가 지우의 손을 떠날 새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입 안이 바짝바짝 말라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점심시간에 답장을 꼬깃꼬깃 접어 보냈습니다. 답장에는 ‘미안해, 동민이가 너를 좋아하고 있어.’라고 적었습니다. 쪽지를 가지고 유진이의 자리로 가는 순간, 유진이가 스쳐가면서 한마디를 툭 던졌습니다. “나올 거라고 믿고 있어. 김지우.” 그리고 얼른 친구들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지우는 순간 유진이의 책상으로 가는 발길을 멈칫 했습니다. 유진이는 분명 지우에게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 때 지우가 없어서 실망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아,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지우는 자리에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습니다. ‘그냥 나가볼까?’ 그 때 누군가 지우의 어깨를 탁 내리쳤습니다. “지우야, 뭐 고민 있냐? 이 형님이 다 들어주마.” “최동민,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무슨 걱정이 있겠니?” 지우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동민이를 쳐다보았습니다. 동민이는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안돼. 나갈 수 없어. 만약 만나는 모습을 동민이가 보기라도 한다면….’ 동민이는 지우를 팔꿈치로 살짝 치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턱으로 유진이를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소곤소곤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눈 높은 내가 좋아할만 해. 지우야, 너 그거 아니? 유진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그래서 말인데 나하고 유진이하고 다리 좀 놓아줘라. 아마 유진이는 부끄러워서 나에게 고백을 하지 못하는 걸 거야.” 지우는 심장이 덜컥 가라앉고 맙니다. 동민이는 그것도 모른 채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너는 유진이하고 한 모둠이고 나는 멀리 떨어져 있잖아.” 동민이는 즐거워하면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유진이가 지우에게 만나달라고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동민이까지 다리를 놓아달라고 합니다. 지우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감싸쥐고 6교시 내내 끙끙거렸습니다. 학교가 끝나는 오후 3시,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았습니다. 집에 가서도 숙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동민이와 유진이의 얼굴이 겹쳐 보일 뿐이었습니다. “좋아! 결정했어!” 지우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더니 씩씩하게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오후 4시, 샛별공원. 유진이가 정한 약속장소였습니다. 사실 지우는 조금 떨렸습니다. 이곳은 친구들이 자주 오는 곳이었기 때문에 동민이를 만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발 아무도 오지 않길.’ 지우는 속으로 빌었습니다. “지우야!” 오늘따라 유진이의 목소리가 생기 넘칩니다. 양쪽으로 묶은 머리가 바람에 나풀거립니다. “내 마음을 받아준 거니?” “저 그게…. 동민이가 너를 좋아하고 있어.” “뭐라고?” “동민이가 너를 좋아해. 나는 그래서 차마 지금까지 너의 고백을 받아줄 수 없었던 것이고. 동민이에 대해서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는 게 어때?” “이런 내 마음 솔직히 이야기해도 될까? 나는 동민이를 너보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동민이를 한 번도 이성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이야.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너뿐이야. 네가 나의 첫사랑이라고.” 문득 지우는 동민이의 첫사랑이 유진이라는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지우는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엇갈린 사랑….’ 그런데 저쪽에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쟤, 홍유진 하고 지우 아냐.” “와! 둘이 사귀나봐.” 그 목소리와 함께 동민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네가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니구나. 지우 너는 점심시간까지만 해도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지? 너희 둘에게 나는 얼마나 웃겼을까?” “미안해. 나는 너보다 지우를 더 많이 좋아하고 잇Dj." 유진이가 말했습니다. 동민이는 입술을 씰룩거렸습니다. “그래, 좋아. 나를 그렇게 밖에 생각 안 했지?” 동민이는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동민아, 오해야. 오해라고….” 뛰어가는 동민이의 뒷모습을 보고 지우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우야, 동민이가 실망한 게 분명한데 어떻게 하지?” 유진이도 당황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지우는 사귀는 것을 비밀로 하자고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지우는 누군가 이런 고민을 말끔히 씻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지우는 동민이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시간,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는 순간 지우는 속으로 외쳤습니다. ‘아차!’ 지우는 선생님께 제출하는 일기와 비밀 일기장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깜빡하고 비밀 일기장을 내고 만 것입니다. ‘어떻게 한다? 선생님은 어린애들이 무슨 사랑이냐고 하실텐데….’ “지우야, 김지우!” 일기장 당번이 지우에게 검사한 일기장을 던져주었습니다. 지우는 얼른 받아서 일기장을 폈습니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보신 듯 했습니다. 날짜마다 도장이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우는 선생님이 자신의 비밀을 모두 아셨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 장에 꼬릿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지우가 겉으로는 활발했는데 내심 걱정이 많았구나. 선생님이 지우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을 생각해 놓았는데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써 줄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멋진 방법?’ 지우는 귀가 솔깃했습니다. 지우의 선생님은 아이들의 고민을 잘 해결해 주시는 선생님으로 유명했습니다. ‘삼각관계도 해결해 주실 수 있을까?’ 지우는 얼핏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중요한 문장이라고 밑줄쳐 주신 것도 읽어보았습니다. ‘나도 유진이를 예전부터 좋아했다. 하지만 동민이 때문에 말할 수 없었다. 정말 사랑과 우정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 두 가지를 결코 동시에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이미 우정은 떠났다.’ 지우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서 얼른 일기를 썼습니다. 7월 18일 월요일 ‘오늘 유진이가 토요일에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혹시나 친구들이 보면 어쩌나하는 마음에서였다. 동민이가 아니었다면 벌써 여러 친구들에게 알렸을 지도 모른다. 오늘 저쪽에서 유진이와 내가 말하고 있는 모습을 동민이는 슬픈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알고 있다. 동민이도 나만큼 슬퍼하고 있는 걸.’ 7월 19일 화요일 ‘방학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친구들 말로는 동민이가 이번 여름방학 때 미국으로 잠시 나가 있을 거라고 했다. 여름방학 때 동민이와 화해를 하려고 했는데 틀린 것 같다. 언제 쯤 동민이와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유진이와는 이성으로, 동민이와는 친한 친구로 남고 싶다.’ 일기를 제출하는 수요일, 지우는 이번에는 선생님이 어떤 꼬릿말을 남겨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오늘 5시쯤에 교실로 다시 올 수 있니? 꼭 오렴. 기쁜 일이 있을 테니까.’ 지우는 웃으면서 일기장을 덮었습니다.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후 5시, 지우는 떨리는 손으로 교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 지우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 뿐만이 아니라 동민이와 유진이도 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선생님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옆에는 지우를 위한 의자도 있었습니다. “여기 앉으렴.”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지우는 어색하게 앉았습니다. “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모두 동시에 삼각관계에 대해서 일기를 쓴 사실을 알고 있니?” 셋은 모두 놀란 눈치로 서로를 보았습니다. 삼각관계 때문에 모두 고민하고 있던 것입니다. 서로가 마음이 통한 것일까요? “모두 삼각관계 때문에 고민하더구나. 지우는 유진이의 사랑과 동민이의 우정, 동민이는 유진이의 사랑과 지우의 배신감, 유진이는 지우의 사랑과 동민이의 미안함까지….” 아이들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해결책은 이 시험지를 풀면 나온다. 선생님이 방학동안 채점을 해줄게. 그리고 선물을 가져오마.” “선물이요?” 아이들이 동시에 외쳤습니다. “그래. 아주 의미 있는 선물이지. 선생님이 시험지를 만들어왔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야.” 선생님은 시험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시험문제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조금은 낯선 문제일 거야. 마침 내일 방학식이니까 집에 가서 풀어오렴. 그리고 내일 내는 거야. 물론 다른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안 되고.” “네.” 지우는 얼른 교실을 빠져나왔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이 문제들을 풀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한 지우는 책상에 앉았습니다. 시험문제는 3개였습니다. 1번 문제 :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1. 지우는 유진이와 사귀어야 한다. 2. 유진이는 동민이와 사귀어야 한다. 3. 모두가 친구로 지내야 한다. 지우는 답을 3번으로 적었습니다. 2번 문제 : 만약 모두가 친구로 지내지 못한다면 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1. 아직 좋아하는 감정이 남아 있어서. 2. 서로가 너무 어색해서. 3. 서로가 서로를 미워해서. 고민 끝에 2번을 답으로 적었습니다. 3번 문제 : 당신은 삼각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우는 아무것도 적지 못했습니다. 지우는 한 문제를 풀지 못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다음 날, 지우는 몰래 선생님 책상 위에 시험지를 내려놓았습니다. 드디어 방학이 끝났습니다. 개학식날 지우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의 답을 빨리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셋은 그날처럼 앉았습니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 조금씩 긴장을 했다는 점입니다. “먼저 답을 맞춰볼까?” 선생님은 싱긋 웃으면서 해답지를 보여주셨습니다. 그곳에는 ‘모두 정답’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와, 선생님. 선물 주세요.” 선생님은 가방에서 아직 익지 않은 복숭아 세 개를 꺼내어 세 명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셋은 신기하다는 듯이 복숭아를 만졌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니는 복숭아 과수원을 하신단다. 그 때는 왜 그렇게 복숭아가 먹고 싶던지. 하긴, 맛있는 복숭아는 따는 즉시 시장에 내다 팔아서 나는 좋은 복숭아를 먹어본 기억이 없어. 그래서 채 익지 않은 복숭아를 몰래 따서 먹었지. 너희들, 익지 않은 복숭아를 먹으면 심한 배탈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그 때문에 배탈도 참 많이 났었지.” 선생님은 아직 익지 않은 복숭아를 가리키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이 풋과일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리자.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너희들은 사랑을 하기에는 아직 어리단다. 아직은 너희들이 갖고 있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해. 사랑은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우정과 꿈이라는 조금 더 특별한 선물이 있잖니? 사랑은 조금 더 큰 다음에. 이 풋과일이 완전히 익는 것처럼.” 선생님의 말씀이 끝났을 때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해결책을 찾았으니까요. 선생님은 벌떡 일어나셔서 활기찬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 “뒷동산으로 나오렴.” 지우와 동민이와 유진이는 선생님 뒤를 따라 계단을 쪼르르 내려갔습니다. “자, 여기야.” 선생님은 학교 뒤의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비닐봉지에서 작은 묘목을 꺼내셨습니다. “이 작은 복숭아 표목이 자라서 복숭아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을 때면 이 곳에서 만나는 거야.” 선생님이 땅을 삽으로 파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윽고 땅이 어느 정도 파였을 때 선생님고 아이들은 복숭아 묘목을 심었습니다. 모두 아무 말이 없었지만 눈짓으로 그들의 비밀을 주고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뿌리는 더 튼실해지고 조금 더 큰 열매를 맺겠지요. 유진, 동민, 지우는 그 날까지 친구로, 그렇지만 조금 더 특별한 친구로 남게 되었습니다. 허은(경기 의정부시 청룡초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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