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주행보조 시스템을 켜놓고 잠에 든 SUV 차량의 모습. 최근 운전자들이 ACC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돌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다. 유튜브 한문철 TV 캡처
[1]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는 버스 기사가 고속도로에서 경험한 황당한 목격담이 소개됐어요. 고속도로 1차로를 달리고 있는데 앞에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비틀비틀 느린 속도로 가고 있었어요. 상향등(자동차 앞에 단, 불빛이 위로 향하는 등)을 켜고 경적(소리를 울리는 장치)을 울리며 주의를 줬지만 변화가 없었죠. 차로를 바꿔 추월(뒤에서 따라잡아서 앞의 것보다 먼저 나아감)하면서 살펴보니 운전자는 주행보조 시스템(자동차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운행되도록 보조해 주는 장치)을 켜놓은 채 잠이 들어 있었어요. 최근 들어 주행보조 기능만 믿고 운전을 태만(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없고 게으름)하게 하다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해요.
[2] 운전자들이 장거리 주행 때 즐겨 활용하는 대표적 주행보조 장치가 ‘크루즈 컨트롤(희망 속도를 지정해 놓으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그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기능)’로 불리는 ‘적응형 순항 제어 기능(ACC)’이에요. 전방(향하고 있는 방향과 일치하는 쪽) 차량을 인식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운전자가 정한 속도로 주행하게 도와줘요. 자율주행 1∼5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이에요. 제조사마다 현대차·기아는 SCC(스마트크루즈), 일본 도요타는 DRCC(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미국 테슬라는 AP(오토 파일럿) 등으로 명칭이 다양해요.
[3] 운전자들이 ACC에 지나치게 의존해 전방 주시(주의를 집중하여 봄)를 게을리하다가 돌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요.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고속도로에서 ACC 이용 중 1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7명이 숨졌어요. 올해에만 8건의 사고로 9명이 숨졌고요. 5월 호남고속도로에서도 교통사고 현장 관리 중이던 한국도로공사 순찰차를 뒤따르던 승용차가 들이받아 공사 직원이 목숨을 잃었는데, 가해 차량이 ACC 작동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어요.
[4] ACC는 건조한 노면(길의 바닥 표면)과 평지, 일반적인 중량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비나 눈, 안개와 같이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카메라와 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젖은 노면에서는 제동 거리(브레이크가 작동한 순간부터 멈출 때까지 차가 이동한 거리)가 늘어나 앞차와의 거리 유지가 어려워요. 탑승자가 많아 차량 무게가 늘어난 경우나 내리막길, 굽잇길에서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요. 앞선 차량의 속도가 느리거나 멈출 경우, 공사 중이거나 사고 처리 중인 경우에 제때 속도를 줄이지 못해 추돌할 수 있지요. 사용 설명서에 적힌 인식 제한 상황을 미리 확인해야 해요.
[5]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와 고속도로사고데이터연구소(HLDI)가 보험 데이터와 사고 기록을 분석해 보니 ㉠주행보조 시스템을 장착했다고 해서 충돌 보상 청구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어요. IIHS는 “주행보조 시스템이 거짓된 안정감을 주고 지루함을 유발해 운전자가 집중력을 잃게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안전기능이 아닌 전동 창문이나 열선 시트 같은 편의기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결국 안전 운전을 책임지는 것은 운전자 자신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동아일보 8월 1일 자 사설 정리
▶어린이동아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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