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비봉이’의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우리나라 수족관에 남아 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바다에 방류(물에 놓아 보냄)된지 1년이 지났어요.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보호·관리를 받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들은 이듬해 ‘제돌이’를 시작으로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져 비봉이만 남았었는데, 비봉이도 지난해 10월 16일 제주 바다로 돌아갔지요.
하지만 방류 이후 더 이상 비봉이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어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선박, 드론을 통해 비봉이의 흔적을 찾으려 해도 1년 간 비봉이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던 것. 비봉이의 방류 과정을 살펴보며 야생동물을 자연에 놓아줄 때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함께 생각해 보아요.
비봉이가 자연의 일부가 되기까지
비봉이는 2005년 제주 앞바다에서 우연히 어업용 그물에 잡힌 뒤 한 수족관에 넘겨진 수컷 남방큰돌고래예요. 당시 추정되었던 나이는 4∼5세.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이후 남방큰돌고래들은 하나둘 자연으로 되돌아갔지만, 비봉이는 무려 17년 동안 갑갑한 수조에 갇혀 살아야 했어요.
가두리 안에서 야생적응훈련 중인 비봉이
우여곡절 끝 처음 방류 논의가 시작된 때는 2021년 12월. 마침내 해양수산부를 포함한 비봉이 방류협의체는 비봉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훈련에 들어갔어요. 살아 있는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시키는 등 야생 적응 훈련을 실시한 것. 건강상태가 양호한지, 야생 돌고래들과 함께 잘 어우러져 살아가는지 등 또한 지켜보았지요.
그렇게 훈련을 받은 지 약 70일 만인 2022년 10월 16일 비봉이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어 제주 앞바다로 힘껏 헤엄쳐 나갔습니다.
비봉이는 작년 10월 바다로 방류되었다
비봉아 어디 있니?
하지만 바다로 돌아간 이후로 비봉이는 자취(어떤 것이 남긴 표시)를 감췄어요. 지난 1년 간 △육안(맨눈)으로도 △카메라, 선박, 무인항공기(드론) 등을 통한 관찰에서도 △등지느러미에 달린 위치추적장치(GPS)를 통해서도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비봉이의 야생 방류 실패를 인정하고 그 책임을 규명(자세히 따져서 바로 밝힘)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들은 “일정한 곳에 머무르며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의 특성상 1년 동안 관찰되지 않은 것은 비봉이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합니다. 하지만 비봉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먼 바다로 갔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돼요.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들
방류 당시 비봉이는 오랜 기간 인간의 손에 의해 길러져 야생에서의 적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어요. 2013년 성공적으로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춘삼이’·‘삼팔이’, 2015년의 ‘태산이’, ‘복순이’ 때와 달리 홀로 훈련을 받은 뒤 방사(놓아서 기름)되어야 하는 상황 또한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간 이후 실종된 남방큰돌고래의 사례는 비봉이가 처음은 아니에요. 2017년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 ‘대포’ 또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비봉이 방류 진행 과정 등을 담아 올해 중으로 백서(정부가 국민에게 현상을 분석해 알리기 위한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에요. 돌고래와 같은 해양생물을 자연으로 보내줄 때 해당 생물이 자연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더욱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거예요.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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