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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폐인, 무지갯빛 만큼 다양해요”
  • 장진희 기자
  • 2022-08-04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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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우영우’가 가진 자폐 장애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가 법정에서 변론 중이다. ENA 제공



스스로 회전문을 통과하지는 못하지만, 어려서부터 복잡한 법규를 달달 외고 서울의 명문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 최근 화제를 모으는 ENA의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천재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얘기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는 감각이 예민하고 작은 변화도 두려워해 회전문을 지나는 것에도 큰 불안을 느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고 제한된 영역에 큰 관심을 가지며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발달장애를 말한다. ‘스펙트럼(범주성)’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폐인들이 보이는 행동은 매우 다양한 편이다. 소리나 접촉, 맛 같은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둔감한 것도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보이는 여러 특징 가운데 하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인의 특성이나 그들 가족의 일상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으로는 드라마 속의 우영우가 현실의 자폐 장애인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폐인 디자이너를 채용한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Autistar)’의 대표이면서 특수교육 전문가이기도 한 이소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를 만나 드라마와 현실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지 들어봤다.




자폐인 학생 대상 특수교육 전문가인 이소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이 교수 제공



우영우 같은 특별한 능력 가진 자폐인도 있어


우영우는 한 번 읽은 법전(나라가 만든 법규를 모은 책)이나 서류의 내용을 마치 사진을 찍어 폴더에 보관하듯이 뇌에 저장하는 능력을 가졌다. 덕분에 의뢰인과 관련된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사실이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낸다.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 우영우 외에도 영화, 드라마에서는 종종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보이거나 남다른 공간지각 능력을 갖춘 비범한 인물로 그려내곤 한다. 그러나 우영우와 같이 지능이 매우 높거나 예술·역사·의학 등 특정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자폐인은 매우 드물다고 알려진다.


이 교수는 “자폐인 가운데 절반가량은 지적 장애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영우와 같이 특정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드러내는 자폐인이 다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영우의 사례만 보고 자폐인이나 그의 가족에게 ‘당신(또는 당신의 자녀)은 무엇을 특출나게 잘 하나요?’라고 대뜸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자폐인도 훌륭한 직장생활 가능해


극중 우영우는 “아버지와도 57초 이상 손을 잡아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동료가 농담으로 던진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곧바로 고쳐주는 등 주변 사람들과 매끄럽게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무거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소개할 때는 항상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고 말하는 습관을 가졌다. 이처럼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폐성 장애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이 교수는 “자폐인도 적절한 교육 과정을 거친다면 우영우 변호사처럼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직장생활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대표로 있는 사회적 기업인 오티스타에는 13명의 자폐인 정규직 디자이너가 근무 중이다. 이 교수는 “저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의 시각을 가진 자폐인 디자이너의 그림은 확실히 개성이 넘친다”고 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검사하는 일을 하는 덴마크 기업 ‘스페셜리스테른’은 전체 직원의 75%를 자폐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시각적 정보를 잘 받아들이고 집중력이 뛰어난 자폐인의 성향이 업무에 잘 맞는다고 판단해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와 단짝친구인 동그라미가 독특한 인사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있는 그대로의 모습, 받아들여요”


“우영우의 직장상사인 정명석 변호사 같은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이 필요해요.”(이 교수)


드라마에서 정명석 변호사는 우영우의 기억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봐야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많은 사건에 배치하는 등 장애를 한 사람의 특성으로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건 ‘동그라미’식 김밥이다!” 우영우의 친구로 등장하는 극중 인물인 동그라미는 매일 아침 가지런히 자른 동그란 김밥을 먹어야 하는 생활습관을 가진 우영우에게 이 같이 말하며 샌드위치식으로 얼렁뚱땅 만든 김밥을 제공한다. 동그라미는 김밥만을 고집하는 우영우를 존중하면서도 세상의 모든 일이 우영우가 원하는 대로만 돌아갈 순 없다는 걸 깨닫게 하려는 것. 이 교수는 “장애인 친구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알고 그런 상황을 최대한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배려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동그라미는 훌륭한 친구”라고 말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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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솜2
    • hanjihee   2022-09-19

      자폐인장애인것을 불구하고 변호사가 됀것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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