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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영원한 국민 MC 송해
  • 김재성 기자
  • 2022-06-12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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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했던 송해의 생전 모습. KBS 제공


[1] “전구우우욱∼ 노래자랑!” 경쾌한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 MC 송해의 ㉠오프닝 멘트는 매주 일요일 아침을 깨우는 일성(하나의 소리)이었다. 진행 횟수 1700여 회. 무대 출연자 3만 명. 관객 1000만 명. ‘국민 MC’ 송해가 향년(죽은 사람의 나이) 95세로 별세(세상을 떠남)하기 전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세운 기록들이다. 스스로를 ‘딴따라’(연예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불렀던 그는 “어원인 프랑스어 ‘팡파르(fanfare)’는 스타의 등장을 알리는 나팔 소리”라며 자랑스러워했다.


[2] 송해가 이끄는 전국노래자랑 무대가 열리면 온 마을이 들썩였다.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꼬마부터 랩송을 부르는 어르신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였다. 송해는 ‘땡’ 소리에 탈락한 출연자들을 정겨운 입담(말하는 솜씨)으로 격려하고, 흥겨운 공연에는 어깨춤 장단을 맞췄다. 맛깔스러운 만담(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이야기)을 통해 출연자들의 인생 스토리에 색을 입혔다. 때로 구수한 사투리, 때로 망가지는 몸 개그를 섞은 능청스러운 진행에 객석에서는 수시로 폭소(웃음이 갑자기 세차게 터져 나옴)가 터졌다. 한껏 무르익은 무대 위에서 숨겨져 있던 스타들의 끼는 아낌없이 폭발하며 ‘딩동댕동’을 이끌어냈다.


[3] 송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34년간 한결같았다고 주변인들은 전한다. 녹화를 갈 때면 꼭 하루 전에 그 마을에 도착해 1박을 했다. 목욕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살폈다. 녹화 당일에도 3시간 전에는 행사장에 도착해 출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멀리 지나가는 소달구지를 보고 동네 아낙을 보고 하늘도 올려다본다”고 했다. 현지 분위기에 푹 빠져들 때까지 공감과 소통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전국 팔도를 웃기고 울린 진행 솜씨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4] 70년 가까이 현역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최장수, 최고령 MC로 남은 *송해의 기록은 한동안 깨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는 “권태는 절대로 느끼지 말라. 여러분이 하는 일에서 도태되지 말라”는 조언을 자주 했다. 고령임에도 “나는 BMW(Bus, Metro, Walking의 약자로 대중교통을 의미함)만 탄다”며 검소하게 몸을 움직였다. 코로나19로 인한 활동 중단과 건강 악화만 아니었으면 100세 MC 기록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연예계 후배들은 안타까워한다.


[5] 6·25전쟁 당시 혈혈단신(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홀몸) 월남(어떤 경계선을 지나 남쪽으로 넘음)한 뒤 생계에 몸부림쳤던 삶의 역정(지금까지 지나온 경로) 때문이었을까. 어려운 이들에게 장학금을 쥐여주고, 늘그막의 동료들을 살뜰히 챙긴 그의 향기는 무대 뒤에서 더 짙다. 지인들은 그의 단골집이었던 종로 낙원상가 앞의 2000원짜리 국밥집을 찾고 인근 ‘송해길’을 거닐며 그를 회고(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한다. 고향인 황해도 재령에서 전국노래자랑을 꼭 진행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그라면 하늘에서라도 고향 사람들과 흥겨운 한마당을 풀어내고 있을 것만 같다.


동아일보 6월 9일 자 이정은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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