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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엔데믹 블루
  • 옥송이 기자
  • 2022-05-08 1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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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서울 명동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뉴시스

[1] 코로나 사태 초기엔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극단적 선택은 오히려 줄었다. 이젠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풍토병)으로 접어들었으니 다 괜찮은 걸까. 아니다. 팬데믹 블루(감염병으로 인한 우울감)보다 위험한 게 *‘엔데믹 블루’, 재난이 끝날 무렵 덮쳐오는 우울감이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 위기가 오고 있다고 경고하는데 이는 재난에 반응하는 단계와 관계가 있다.

[2] 전쟁이나 감염병 같은 재난이 닥치면 사람들은 합심해서 대처하느라 딴생각할 겨를이 없다. ㉠‘영웅 반응’ 단계다. 의료진은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고 사람들은 헌혈 대열에 동참한다. 이후 ‘허니문 반응’ 단계로 이행하는데, 혹독한 거리 두기와 백신 접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자신감과 안도감이 충만한 시기다. 곧 ‘희망의 좌절’을 겪게 된다. 간신히 살아남았으되 살아갈 날이 암담하고 정부가 약속한 보상과 지원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가 위험하다. 미국 9·11테러와 동일본 대지진 모두 재난 발생 첫해엔 줄어든 극단적 선택이 2년 후부터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3] 요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스크 벗는데 난 더 우울하다’며 엔데믹 블루를 호소한다. 동아일보가 설문 플랫폼 업체와 10∼60대 남녀 126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1%가 코로나 확산 초기보다 요즘 우울감이 더 심해졌다고 답했다. 재난 상황에선 다 같이 힘들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위기가 끝나니 나만 뒤처져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실제로 잃은 것은 없지만, 다른 대상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무언가를 잃은 듯한 기분)에 더 우울해진다고 한다. ‘나의 미래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4] 전문가들은 엔데믹 블루 취약 집단으로 20대 청년들과 자영업자들을 꼽는다. 2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코로나를 맞아 고립된 채 자립의 기회를 잃어버린 세대다. 정부의 우울 위험군 조사에서 정신건강이 가장 악화한 것으로 확인된 연령대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직장인과 금융인들에게 혹독했듯 코로나 위기에선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빚으로 버티고 버텼지만 1년 내 파산할 위험이 있는 자영업자가 27만 명이다(한국은행).

[5] 재난 대응 마지막 단계인 ‘희망의 좌절’ 극복에는 정신적 재정적 자원이 필요하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1.8배 높다. 하지만 코로나 2년을 간신히 버텨온 취약 계층에 개인적 자원이 남아 있을 리 없다. 한국은 사회적 고립도가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10명 중 3, 4명이 어려울 때 도움 받을 곳이 없다고 한다.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코로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챙기고 경제적 재기(역량이나 능력 등을 모아서 다시 일어섬)를 돕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주요 과제가 돼야 한다.


동아일보 5월 4일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옥송이 기자 oc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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