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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태계 변화로 무성생식 택하는 동물들...'아빠'가 사라졌다
  • 조윤진 기자
  • 2021-11-15 13: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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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이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

하지만 최근에는 아빠 없이 ‘무성생식’을 통해 태어나는 동물이 나타나고 있다. 무성생식은 짝짓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한 생물이 자신과 같은 유전자의 생물을 만들어내는 생식 방법. 무성생식은 그동안 아메바와 같은 하등동물(진화 정도가 낮은 동물로 보통 무척추동물)의 전유물(혼자 독차지하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어류, 조류 등의 동물도 무성생식을 통해 태어나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 달라지는 생태계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아빠가 없는 채로 태어나고 있는 동물들을 만나보자.​


[까치상어] 수컷 없이 혼자 힘으로


이탈리아 칼라고노네 수족관에서 무성생식으로 태어난 새끼 상어. 칼라고노네 수족관 제공​

암컷만 살고 있는 공간. 수컷과의 교류가 불가능한 이 상황에서 번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칼라고노네 수족관에 살고 있는 암컷 까치상어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성생식을 택했다. 생식 세포인 난자를 만들기 위해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난자가 될 세포가 근처의 다른 세포와 합쳐져 무성생식이 일어난 것.

지난 8월, 10년간 암컷 상어만 있던 칼라고노네 수족관에선 무성생식을 통해 새끼 상어가 태어났다. 이 상어종의 무성생식은 세계 최초다. 새끼 상어에게는 몰타어로 희망을 뜻하는 ‘이스페라’(Isper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미국 플로리다 주 모트해양연구소의 해양생물학자 데미안 채프먼 연구원은 “상어는 암컷과 수컷의 짝짓기를 통해 번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후변화나 사냥, 질병 등에 의해 수컷이 없어진 경우 암컷이 최후의 수단으로 무성생식을 택하기도 한다”면서 “(칼라고노네 수족관의 경우) 수컷과 암컷을 장기간 격리한 사육 환경이 무성생식을 일으킨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 콘도르] 상황 따라 달라!​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 보호연합 제공​


동물원 측이 콘도르의 유전혈통을 분석하기 위해 수집한 유전자 샘플​

한 번 무성생식을 했다고 해서 다시는 유성생식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수컷이 없을 때는 무성생식을 하다가도 수컷이 있으면 다시 유성생식을 하는 특별한 사례도 있는 것.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있는 멸종위기 조류 ‘캘리포니아 콘도르’(이하 콘도르)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 보호연합은 콘도르의 보호ㆍ증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모든 콘도르의 유전 혈통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콘도르 새끼 2마리가 무성생식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등동물(복잡한 체제를 갖춘 동물로 보통 척추동물)인 조류가 무성생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짝짓기 없이 새끼를 만들어낸 암컷 콘도르는 총 2마리. 이들은 모두 과거에 유성생식 방식으로 각각 새끼 11마리, 23마리를 낳은 바 있다. 동물원 야생동물 보호연합은 남편 역할을 하던 콘도르가 사망하면서 암컷 콘도르가 멸종위기라는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번식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무성생식을 하게 된 것으로 봤다. 이 중 암컷 콘도르 1마리는 무성생식을 한 이후 새로 수컷 콘도르를 만나면서 다시 유성생식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흰개미] 수컷 역할 줄어들자…​


해안지방에 사는 흰개미는 천적인 기생충이 없어 수컷이 사라졌다. 사이언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일본 해안지방의 흰개미 서식지를 표현한 그래픽. 호주 시드니대 제공

서식 환경에 따라 수컷이 필요 없어지면서 무성생식에 적응한 생물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흰개미는 대부분 육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항상 기생충의 공격에 노출돼 있다. 이때 기생충의 공격을 막는 건 주로 수컷 흰개미의 역할!

그런데 최근 호주 시드니대 생명환경과학과 토시히사 야스히로 박사 연구진이 일본의 해안지방에서 발견한 흰개미 집단에는 수컷이 없다. 육지와 달리 해안지방에는 기후 특성상 흰개미의 천적(어떤 생물을 먹이로 생활하는 생물)인 기생충이 살지 않기 때문. 그렇다 보니 천적으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던 수컷의 역할이 줄어 자연적으로 무리에 암컷만 남게 된 것이다.

연구진이 일본 15개 해안지방에서 74개 흰개미 집단을 찾아내 연구한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37개 집단이 암컷만으로 이뤄져있었다. 이들 집단에서 여왕흰개미는 생식기관에 정자를 저장하지 않고 수정되지 않은 상태의 알을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심지어 무성생식으로 태어난 흰개미가 유성생식으로 태어난 흰개미보다 성장속도가 2배나 빠르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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