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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종황제의 집무실, 덕수궁 즉조당에 가다… 복을 부르는 병풍, 박쥐를 새긴 화로
  • 조윤진 기자
  • 2021-10-31 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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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나라 걱정에 항상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황제의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신하들과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거나 보고 사항을 검토하며 고민에 빠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황제의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은 바로 ‘집무실’이다. 집무실은 한 나라의 대소사(크고 작은 일)가 결정되는 중요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황제의 일상 공간이었던 탓에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호기심을 자아낸다.

문화재청은 재단법인 아름지기, 에르메스 코리아와 함께 ‘고종황제 집무 공간’을 주제로 4년에 걸쳐 무형문화재 장인이 재현한 집기를 지난달 26~31일 덕수궁 즉조당에 전시했다. 고종황제의 집무실을 재현한 것도, 즉조당을 개방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황제인 고종황제가 업무를 보던 공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지난달 27일 덕수궁 즉조당을 찾아 120여 년 만에 장인의 손길로 되살아난 고종황제의 집무실을 들여다봤다.


고종황제의 첫 집무실​


문화재청이 덕수궁 즉조당에 재현한 고종황제의 집무실 전경


집기에 박쥐 그림이?



고종황제가 앉아서 집무를 보던 평상을 재현한 집기


백수백복도자수병풍에 왕실의 장수와 다복을 기원하는 문양이 수놓아져 있다


박쥐와 십장생이 은으로 새겨진 철제은입사화로

신발을 벗고 들어선 집무실에서는 황제의 자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황제가 신하나 사신을 맞이할 때 상대방보다 높은 곳에 자리하도록 바닥에서 한 칸 높은 곳에 평상(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가구)을 두었기 때문.

알록달록하게 한자를 수놓은 백수백복도자수병풍은 집무실에 기품(고상한 품격)을 더한다. 병풍에 담긴 글자는 한자 ‘福(복 복)’과 ‘壽(목숨 수)’를 다양한 형태로 반복해 수놓은 것. 백 번의 목숨과 백가지 복이라는 이름처럼 왕실의 장수와 다복(많은 복)을 기원하는 의미다. 1892년 고종황제를 만난 이폴리트 프랑댕 프랑스공사의 저서 ‘한국에서는’에도 ‘고종의 어좌를 백수백복도가 장식하고 있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은 화로(숯불을 담아 놓는 그릇)와 촛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상 바로 앞 철제은입사화로의 뚜껑부분에는 날개를 활짝 펼친 박쥐가 은으로 새겨져 있다. 박쥐는 한자로 ‘편복’이라고 부르는데, 복을 뜻하는 한자와 발음이 같다 보니 예로부터 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겼다. 화로의 몸통 부분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10가지 자연물인 십장생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오늘날의 스탠드 역할을 하던 철제은입사촛대에도 기쁨을 뜻하는 한자 ‘쌍 희(囍)’를 은으로 새겨 왕실에 기쁨이 넘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황제 곁을 지키는 신하의 자리


사관의 자리에 경상과 연상이 놓여있다

집무실에 반드시 황제의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무실 오른편에는 짙은 밤색의 경상(책을 올려두고 읽는 데 쓰였던 작은 책상)이 놓여있었다. 황제의 말과 행동을 빠짐없이 기록하던 사관의 자리다. 그 옆에는 오늘 날의 필통, 문서함이라고 할 수 있는 연상(벼루, 먹, 붓 등을 담아두는 곳)이 자리하고 있다. 사방이 뚫려있는 아랫부분에 화선지를 보관하고 바로 윗부분 사각 함에 붓 등을 넣는 구조다.

문화유산해설단체인 우리문화숨결에서 궁궐길라잡이로 활동하는 한숙은 해설사는 “연상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토대로 재현한 것”이라며 “함 부분은 먹감나무를, 다리 부분은 단풍나무를 사용해 소박하고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했다.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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