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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콜린 파월, 영원한 군인
  • 조윤진 기자
  • 2021-10-21 13: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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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지난 18일 코로나19 합병증(어떤 질병과 관련해 생긴 다른 질환)으로 별세한 미국의 국무장관 콜린 파월. 워싱턴=AP뉴시스​


1991년 합참의장 시절 파월이 연설을 하고 있다​


[1] 2001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김대중(DJ)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자신을 ‘디스 맨’이라고 칭한 부시의 결례(예의범절에서 벗어나는 일을 함) 못지않게 DJ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회담에 배석(어떤 자리에 함께 참석함)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이례적(일반적이지 않음)인 이석(자리를 뜸)이었다. 부시가 대화 도중 갑자기 파월에게 눈짓을 하자 파월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파월은 전날 언론에 “새 행정부는 전임(이전에 같은 임무를 맡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밖으로 나간 그는 기자들에게 “내가 앞서간 것 같다”며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부시 행정부 초기 네오콘(경제적으로는 자유를 추구하지만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인 사상) 강경파에 둘러싸여 있던 파월의 처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2] 자메이카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파월은 학군장교(ROTC)로 임관(장교로 임명됨)한 이래 군인으로서 승승장구(싸움에 이긴 형세를 타고 계속 몰아침)했다. 냉전(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경제·외교·정보를 수단으로 하는 국제적 대립으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말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때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의 흑인 합참의장(군 작전을 지휘하는 국군의 최고 지위)에 올랐다. 그는 1991년 *걸프전쟁을 이끌며 무력 개입은 분명한 목표 아래 압도적인 전력을 사용해 속전속결(될 수 있는 대로 재빨리 결론을 냄)로 끝내야 한다는 ‘파월 독트린’을 보여줬다. 그 명성 덕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심심찮게 거론(어떤 사항을 논제로 삼아 제기하거나 논의함)됐다.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미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지위)으로서 최고위 외교관이 된 것은 그에겐 큰 시험대였다.

[3] 파월은 군 출신으로 국무장관이 된 조지 마셜, 나아가 대통령까지 오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꿈꿨을지도 모르지만 부시 행정부에선 외롭게 분투(있는 힘을 다해 싸우거나 노력함)해야 했다.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강경한 대외정책에 맞서 온건 실용파(국익과 협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사상)로서 목소리를 냈지만 역부족일 때가 많았다. 때론 원치 않는 ㉠‘총대’도 메야 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전쟁) 전 유엔 연설은 그의 이력에 지울 수 없는 오점(명예롭지 못한 흠이나 결점)이 됐다. 슬라이드까지 동원해 후세인 정권이 비밀리에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정보였다. 훗날 그는 “그 일로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4] 파월은 공직을 떠난 뒤 당파(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단체)와 이념(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사상)에 얽매이지 않았다. 특히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넌더리(지긋지긋하게 몹시 싫은 생각)를 냈다. 지난해 6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엉겁결에 군복을 입은 채로 트럼프의 정치 이벤트에 등장해 구설수(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들음)에 오른 뒤 군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임(일을 스스로 그만두고 물러남)해야 할까요?” 파월은 단호했다. “안 돼. 그 자리를 절대 받지 말라고 했건만.” 밀리는 사표(일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적어 내는 문서)를 내는 대신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있었던 실수’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18일 파월의 별세에 애도(사람의 죽음을 슬퍼함)와 헌사(찬양하는 뜻으로 바치는 글)가 넘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무거울 이들은 ‘영원한 선배’를 떠나보내는 군인들일 것이다.​


동아일보 10월 20일자 이철희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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