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1940년대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진 일본 군함도의 모습. 유네스코 제공
일본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 군함도 탄광 모습을 전시하고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 제공
일본 도쿄에 설치된 올림픽 오륜 조형물. 도쿄=AP뉴시스
[1] 독일 에센시의 촐페라인(Zollverein) ㉠광산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된 후 버려졌던 폐광촌에서 관광지로 변신했다. 독일은 한때 세계 최대 석탄 생산지였던 이곳을 ‘라인강의 기적’(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이룬 경제 성장을 비유하는 말)을 이끈 곳으로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과 전쟁포로들이 끌려와 강제노역을 했던 현장으로 전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박물관의 ‘전쟁과 폭력’ 전시실에는 나치로부터 학대(몹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우함)당한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강제노역자(Zwangsarbeiter)’라는 설명이 있다.
[2] 일본은 2015년 일본 군함도(端島·하시마) 탄광 등 메이지 시대(일본 역사에서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시기를 구분해서 가리키는 용어)의 산업유산 시설 23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오를 때 독일과 같은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당시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며 제대로 역사를 알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문을 연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민족차별도, 강제노동도 없었다”는 거짓 증언만 있었다.
[3]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도쿄 올림픽 개막을 열하루 앞둔 지난 12일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지적하며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을 밝혔다. 실사단이 지난달 일본을 찾아 강제노역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료 전시가 부족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이런 입장을 내놨다. 일본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항의에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는데 이번에 국제기구가 군함도의 역사왜곡 사실을 공식화한 셈이다.
[4] “갱도(광산에서, 갱 안에 뚫어 놓은 길) 안에서 일하고, 위에서 내려주는 밥 먹고, 다시 일하고 반복했어. 밥이라고 해도 콩깻묵 한 덩어리가 전부였고, 탄가루가 다 묻어 있었지. 그거 먹고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자고 다시 일어나서 일하고 말 그대로 지옥 같았지.” 군함도에서 살아서 돌아온 최장섭 씨는 2018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전에 이렇게 당시 고통을 회고(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했다. 군함도로 끌려간 한국인 약 800명 가운데 134명이 ㉣혹사와 배고픔 속에 숨졌다. 일본은 근대 산업화의 문을 연 곳으로 군함도를 띄우고 있지만, 강제노역자에게 갱도의 문은 지옥문일 뿐이었다.
[5]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13일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의논해 결정함)와 권고(어떤 일을 하도록 권함)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성실히 이행해 왔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밝힌 올림픽 정신의 3가지는 탁월함 우정 존중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억지까지 부리는 일본이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살리는 대회를 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아일보 7월 14일 자 황인찬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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