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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치매의 다른 이름
  • 조윤진 기자
  • 2021-06-29 14: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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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요양병원에서 70대 치매 환자가 사회복지사로부터 그림 치료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병원에서 한 간병인이 휠체어를 탄 노인의 이동을 돕고 있다​


[1] 대한정신분열병학회는 2007년 환자 가족 동호회로부터 건의서를 전달받았다. ‘정신분열(망상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정신질환)’, 즉 정신이 갈라지고 찢어진 병이라는 이름이 편견(한쪽으로 치우친 생각)과 혐오(미워함)를 조장(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김)한다며 병명을 바꿔달라는 주문이었다. 학회는 병명 개정에 뜻을 함께하는 단체들과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 끝에 2010년 ‘조현병’으로 바꿔 부르기로 결정했고, 이듬해 명칭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학회 이름도 ‘대한조현병학회’가 됐다.

[2]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이다. 마음이 엉켜 정신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의 은유적 병명이다. 개명(이름을 바꿈) 과정에서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그렇기 때문에 낙인(부정적 평가)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반론이 우세(힘이 강함)했다. 같은 이유로 간질(반복적인 발작을 보이는 뇌 장애)은 뇌전증, 나병(나균에 감염돼 몸이 마비되는 병)은 한센병으로 오래전부터 바꿔 부르고 있다. 환자의 인권을 위한 병명 개정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일본에선 2002년 정신분열병을 통합실조증으로 바꾼 뒤 병명을 당당히 밝히고 치료받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3] 주로 20대에 증상이 나타나는 조현병과 달리 *치매는 노년에 시작되는 뇌질환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어리석은 미치광이’라는 뜻의 ‘치매’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비율이 43.8%였다. 대체 용어로는 ‘인지저하증’이 일순위로 꼽혔고 이어 ‘기억장애증’ ‘인지장애증’, ‘인지증후군’, ‘인지증’ 순이었다. 일본에선 2004년부터 인지증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4] 병명이 바뀌면 교과서 질병분류표 관련법도 모두 바꿔야 하므로 개명엔 시간이 걸린다. 환자의 인권과 함께 병명의 활용도도 감안해야 한다. 복지부는 2014년에도 같은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용어 변경(21.5%)보다는 유지(27.7%)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 널리 알려진 용어를 바꾸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45%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의견이다.​​

[5]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치매 환자는 75만 명으로 10명 중 1명꼴. 3년 후엔 1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란 단어를 쓸 일이 많아질 테니 ‘삶의 위엄을 내려놓아야 하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개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얼마 전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신체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성질) 뇌질환인 알츠하이머(신경세포 손상으로 기억력, 인지 능력, 언어 능력 등이 떨어지는 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앞서 FDA의 승인을 받은 4종과 달리 병의 근본적 원인인 인지능력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1년 약값은 5만6000달러(약 6300만 원). 싸고 효과 좋은 치료제가 치매를 바꿔 부르기 전에라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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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동1
    • Sunjinnoh1   2021-07-04

      정신분열증이라는 말이 익숙한데, 이제 조현병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니 몰랐습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며,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환장들이 고통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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