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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문예상 6월 장원] 나무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21-06-28 15: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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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빈(충북 충주시 국원초 6) 



나무는 모든 걸 우리들에게 내어준다. 동물들이 잎을 먹고, 사람들의 가지와 줄기로 무언가를 만든다. 그러다 보면 결국, 크고 푸르던 나무는 온데 간데 없어진다.

나는 나무를 보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책이 떠오른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속 소년은 나무에 올라타고, 가지로 그네도 타고, 열매를 따 먹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결국 가지도, 줄기도 모두 써버렸다. 실제로 우리는 나무에게서 매우 많은 것들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나무에게 말한다.

“나무야, 고마워.”

나는 우리 아파트에 있는 한 나무를 정말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지금 내가 그 나무를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니다. 단지, 누군가가 그 나무를 베어가 버린 것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썩어 가는 나무 밑동밖에 남아있지 않다. 내가 그 나무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 나무가 나의 소원 나무였기 때문이다. 그게 소원 나무가 된 것은 내가 함께 있던 친구에게 “우리 여기 있는 나무 중에서 소원 나무 고르지 않을래?”라고 한 뒤 그 친구가 “좋아!”라고 했고, 내가 그 나무를 나의 소원 나무로 골랐기 때문이다. 소원 나무란 소원이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종이 비밀 친구다. 뭐, 나한테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처음 그 나무가 갑자기 잘려나가 밑동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그 나무를 잘라간 사람을 원망했다. 누군지도, 어디 사는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나의 친구를 베어버렸으니까 무작정 미워하고 원망했다. 어쩌면 아직도 그런 마음이 조금은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원망의 불꽃이 어는 정도 사라지고 난 뒤 나는 밑동만 남은 나의 나무에게 꽃을 종종 가져다주었다. 밑동 위에 꽃을 놓아 주었다. 아직도 가끔은 그렇게 한다. 나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던,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나는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나는 아직도 새로운 소원 나무를 정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새로운 소원 나무를 정하기 무섭다. 또다시 누군가 나의 소원 나무를 베어가 버릴까 봐 그렇다. 

그래도 그 이유 때문에 내 친구를 얻지 못하는 건 싫으니까, 그러니까 다음에 한번 나의 새로운 친구를 골라보아야겠다. 믿음직스럽고 건강한, 그 옛날 소원 나무의 주위에 있는 나무로. “안녕, 나의 새로운 소원 나무야! 우리 잘 지내보자!”




▶자연 속에서 관찰한 대상과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작품들이 이번 6월 문예상 수상작들로 뽑혔습니다. 으뜸상으로 뽑힌 ‘나무’. 아프트에 있는 한 나무와 화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해주었어요. 화자의 말대로 우린 나무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받고 있지요. 나무를 소원 나무로 정한 화자와 이 나무가 베어지면서 들었던 생각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 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어요.


으뜸상이 나무와의 대화를 소재로 했다면 버금상으로 선정된 작품 ‘초여름’에선 화자가 계절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 묘사되었어요. 봄이 인사하고, 초여름이 나를 반겨준다는 표현이 좋았어요.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마치 친구와 인사를 하듯 표현하니 자연적인 계절의 변화도 색다르게 다가오네요.


또 다른 버금상인 ‘고요히 내리는 눈’은 겨울철 눈을 보고 든 생각을 담았네요. ‘가족이 자는 걸 방해하지 않으려고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이 동시를 쓴 어린이의 남다른 상상력이 돋보여요. 조용히 내렸던 눈을 밟으면 ‘뽀드득’하고 우리를 반겨준다고 표현한 부분도 재밌었고요.


길었던 6월도 지나가고 7월이 시작되네요.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가다니…. ‘올해는 반드시 이뤄야지’했던 목표들의 기한이 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네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올 초 세웠던 목표 중에 ‘어린이동아 문예상에 작품 보내기’가 있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작품을 보내보세요^^. 다가올 7월도 건강 잘 챙기는 한 달 되길 바라요^^. ▶어린이동아 취재팀​

▶어린이동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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