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모습. 뉴욕=신화통신뉴시스

[1]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동영상이 연일 공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한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흑인 청년이 쇠막대기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가게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모범적 소수자(model minority)라는 찬사(칭찬하는 말이나 글)에 가려졌던 아시아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의 ㉠실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 모범적 소수자란 준법정신(법률이나 규칙을 잘 지키는 정신)과 근면성실함으로 인종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주류 사회에 진입한 아시아계 이민자를 뜻한다. 미국 사회학자 윌리엄 피터슨이 일본계 미국인의 성공 비결을 분석하면서 쓰기 시작한 용어다. 아시아계는 성공한 이민자로 통하는 만큼 흑인이나 무슬림과 달리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보는 인식이 낮다. 그만큼 정부도 소홀히 대응하다가 중국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몰린 것을 계기로 아시아계 전체의 증오 범죄 피해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3] 흑인들의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를 설명할 때도 모범적 소수자 개념이 이용된다. 그동안 일부 백인들은 인종차별적인 사회제도를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로 아시아인의 성공을 악용(알맞지 않게 쓰거나 나쁜 일에 씀)했다. ‘아시아인들을 봐라. 열심히 배우고 일하니 잘살지 않느냐’며 흑인들의 가난을 개인 탓으로 돌린 것이다. 흑인들로서는 비교당하며 생긴 피해의식(자신의 생명이나 명예 등에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감정)에 ‘우린 백인과 미국을 만들어오고도 여전히 못사는데 아시아계는 단기간에 주류가 됐다’는 박탈감까지 겹쳐 아시아인들에게 분풀이 폭력을 행사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아시아 증오 범죄 가해자의 대부분은 백인이다.

[4] 서구인이 아시아인에 대해 만든 인종적 담론(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논의함)은 두 가지, 모범적 소수자와 황화론(황색인종 억압론)이다. 19세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부상을 계기로 제기된 황화론은 2000년 중국의 경제적 약진(빠르게 발전하거나 진보함)으로 재조명(다시 들추어 살펴봄)됐고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자 ‘중국 바이러스’ ‘황색 경보’라는 낙인(벗어나기 어려운 부정적 평가)으로 부활했다. 다른 소수 인종에 모범이 되는 긍정적 존재는 서구 사회에 해가 된다고 느낄 때는 언제든 야만적(미개하여 수준이 낮음) 이방인(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 되는 것이다.

[5] 미국 교민 사회에서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모범적 소수자 신화(획기적인 업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사로잡혀 인종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자성(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반성함)이 나온다. ‘동양인은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는다’는 편견 탓에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혐오 범죄가 아시아인들이 서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차별과 혐오가 누구를 향하든 당당하게 맞서 보편적 가치를 지켜내는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동아일보 4월 5일 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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