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키워드​ 체로키 부족 

인구수가 38만 명에 달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원주민 부족인 체로키 부족은 고유 문자와 법체계를 갖추고 있는 똑똑한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기 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었지만 유럽인들이 옮겨온 질병에 면역력이 없던 이들은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 19세기 후반엔 오클라호마 북동부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강제로 이주를 당하는 등 차별을 받았다.​

지프의 체로키 모델 자동차.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체로키 부족의 상징 표식. 체로키 부족 트위터​

미국 원주민인 체로키 부족이 약 45년간 ‘체로키’라는 이름이 들어간 자동차를 판매해온 자동차 회사 ‘지프’에 부족 이름인 체로키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체로키 부족은 미국 최대의 원주민 부족.

미국 일간신문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체로키 부족의 대표 척 호스킨 주니어가 논평을 통해 “차량 이름에 우리 부족 이름을 붙이는 것이 영예롭지 않다”면서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지프는 ‘체로키’와 ‘그랜드 체로키’ 모델명에 ‘체로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두 자동차는 지프의 전체 판매량에서 40%(지난해 말 기준)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제조사 지프는 “우리는 미국 원주민의 고귀함과 용감함, 자존심을 기리기 위해 신중하게 차량 이름을 선택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스킨 대표는 자동차에 체로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체로키란 단어를 자동차 이름으로 접하게 되면 체로키에 대한 특정한 고정관념을 가질 수 있기 때문. 호스킨 대표는 “(체로키라는 이름은) 가장 가치 있는 것 중 하나이며 우리 정체성의 일부”라며 “체로키라는 이름과 가장 연관성 있는 것은 단연 (자동차가 아닌) 체로키 부족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심리학협회는 “원주민을 마스코트와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이 차별의 한 형태”라며 “원주민 아이들의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원주민의 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주민 아이들이 자신이 속한 부족 이름이 사람들에게 자동차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호스킨 대표는 “우리를 존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의 역할, 우리의 역사, 문화와 언어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프가 판매하는 체로키라는 이름이 든 자동차들은 크기가 제법 큰 SUV 차량입니다. 이들 홍보영상에서는 이 자동차들이 험난한 지형도 잘 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조사 지프의 말처럼 미국 원주민의 용감함, 강인함이 자동차에서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 자체가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단어 체로키를 생각하면 체로키 부족이 아닌 자동차 체로키가 먼저 떠올라 체로키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힐 수 있기 때문이지요. 체로키 사람들은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타인이 생각하는 체로키에 대한 이미지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말이지요.

지난해 미국에서 크게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시위 이후 인종적 고정관념을 심을 수 있는 단어를 제품명에 사용하지 않아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지요. 지난해 미국 미식축구팀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인디언의 얼굴을 형상화한 유니폼 로고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어요. 또 미국 프로야구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팀명에서 ‘인디언스’를 빼기로 했지요. 체로키 부족의 요청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는 토론왕]

미국 원주민인 체로키 부족이 ‘체로키’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판매해온 자동차 회사 ‘지프’에 부족 이름인 ‘체로키’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어요. 체로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체로키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체로키라는 이름을 쓰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적절한 근거를 들어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써보세요.

▶어린이동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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