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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나라 상징하는 ‘국가’ 가사, 바꾸는 이유는? “시대에 맞춰 국가 가사도 바꿔요”
  • 김재성 기자
  • 2021-01-13 12: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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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 상징하는 ‘국가’ 가사, 바꾸는 이유는?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르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스포츠 대항 경기를 펼치기 전, 경기장에는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선수들은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따라 부르고, 관중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

나라 간 스포츠 경기 뿐 아니라 한 나라의 주요 행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국가(國歌)’는 한 나라를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노래. 애국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국가’ 가사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가치관이 담긴다.

최근 호주가 호주 국민들이 오래도록 불러온 ‘국가’의 가사를 바꿔 주목받는다. 원주민의 역사를 반영하기 위해 ‘국가’를 개사(노래의 가사를 바꿈)한 것. 호주 외에 ‘국가’를 개사하는 나라들은 또 있다. 이들 나라가 ‘국가’를 개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주민도 우리 역사”



호주 국기(왼쪽)와 원주민 깃발. 호주ABC방송 홈페이지 캡처


올리비아 폭스(오른쪽)가 원주민의 언어로 국가를 부르는 모습

1788년 영국인들이 호주에 상륙한 이후 호주의 역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의 호주 땅에는 6만년 전부터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호주 연방정부는 이 같은 원주민 역사를 반영하기 위해 ‘국가’의 가사 중 한 단어를 최근 수정했다. 2절에 있는 ‘젊은’(young)을 ‘하나 된’(one)으로 바꾼 것. 지금까지 호주 ‘국가’ 2절은 ‘호주 국민이여 기뻐하자. 우리는 젊고 자유로우니’(young and free)로 불려왔지만 앞으로는 ‘하나 되고 자유로우니’(one and free)로 불린다.

그간 호주의 ‘국가’는 ‘young’이라는 단어로 호주를 ‘젊은 나라’로 표현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만 년 전부터 존재한 원주민의 역사를 부정했다는 것. 이에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뉴사우스웨일스 주 총리는 개사를 제안했고, 다른 주와 연방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가사가 수정됐다. 스콧 모리슨 호주 연방총리는 “호주 ‘국가’는 원주민 역사까지 반영해야 마땅하다”며 “개사를 통해 호주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다문화·이민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아들’ 아닌 ‘우리 모두’



캐나다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위니펙 청소년 합창단이 국가를 부르는 모습. 캐나다CBC방송 홈페이지 캡처


국가 개사 법안이 통과되자 이를 발의한 모릴 벨랑제 자유당 하원의원(맨 앞줄 가운데)에게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


성차별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109년 만에 ‘국가’를 개사한 나라도 있다. 캐나다가 그 주인공. 캐나다는 ‘국가’의 세 번째 소절인 ‘모든 그대의 아들이 받드는 명령 안에 담긴 진정한 애국자의 사랑’(True patriot love in all thy sons command) 중 ‘그대의 아들’(all thy sons)을 ‘우리 모두’(all of us)로 지난 2018년 바꿨다.

캐나다 국가에 등장하는 단어인 ‘아들’을 ‘국민’이나 ‘모두’로 바꾸자는 주장은 1980년부터 제기돼 왔다. 모든 국민이 부르는 ‘국가’에 남성만 애국심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 가사를 바꾸자는 내용의 법안은 10여 차례 의회에 제출됐지만 ‘수십 년간 불려온 가사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 2016년 모릴 벨랑제 자유당 하원의원이 “오늘날 캐나다가 세워지고 다듬어지도록 일하고 노력한 여성들에 경의를 표한다”며 개사 법안을 발의해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 당시 자리에 있던 의원들이 모두 일어나 벨랑제 의원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지나친 종교색은 NO!



스위스 국가를 부르는 모습. 스위스SRF방송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의 ‘국가’에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열두 번이나 나와 종교적 색채가 짙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랫말에는 ‘신이 국가의 안녕(아무 탈 없이 편안함)을 지켜준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세 사람 중 한 명이 비종교인인 요즘 시대의 가치관을 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

2013년 스위스의 한 비영리단체는 “스위스 ‘국가’의 가사는 ‘국가’라기 보다는 찬송가 시편에 가깝다”며 새로운 가사를 정하기 위한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단체는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스위스 헌법에 담긴 핵심 가치인 △자유 △민주주의 △연대 △세계에 대한 개방 등을 새로운 가사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

비영리단체는 접수된 208편의 가사 중 세 차례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바람에 휘날리며 높이 걸린 우리의 붉은색과 흰색 깃발’이라는 제목의 노랫말을 스위스 ‘국가’의 새 가사로 선정했다. 이 노랫말로 ‘국가’의 가사를 바꾸는 법안은 2019년 스위스 연방의회에 발의돼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ㆍ손희정 인턴기자​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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