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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 독점 견제하고, 재채기로 투표하고… 동물들의 민주적인 세계
  • 최유란 기자
  • 2020-12-01 13: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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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과 푸른색의 길쭉한 털이 목 아래쪽을 망토처럼 감싸고 있는 특이한 생김새의 대머리호로새. 최근 이 새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됐다. 대머리호로새가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민주적이란 국민이 모든 결정의 중심에 있다는 뜻으로 개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해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집단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무리 내에서 민주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이 대머리호로새뿐만은 아니다. ‘약육강식(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힘)’으로 잘 알려진 동물의 세계에서도 힘의 논리가 아닌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고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민주화’를 택한 동물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대머리호로새.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제공


“독점은 용납할 수 없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와 콘스탄츠대 집단행동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를 통해 대머리호로새가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을 통해 지배층을 견제(지나치게 세력을 펴거나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게 억누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사바나(열대 초원지대)에 사는 대머리호로새의 무리 생활을 2017년부터 관찰했다. 밝은색의 깃털을 가져 천적(잡아먹는 동물)의 눈에 띄기 쉬운 이 새는 생존을 위해 무리를 이뤄 살아가는데 무리 내에는 명백한 계급이 있다. 무리를 이끌며 먹이를 취할 때나 짝짓기를 할 때 우선권을 가지는 지배층의 동물들이 있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이 지배층 동물이 모든 권력을 독점(혼자서 모두 차지함)할 순 없다. 관찰 결과 대머리호로새들은 지배층 동물의 권력 독점이 심해져 먹이를 취하지 못하는 피지배층 동물이 많아지면 집단행동을 했다. 생존을 위해 무리 생활이 필수적인 특성을 십분 활용해 심각한 불평등이 생기면 피지배층 동물들이 단체로 무리를 떠나고 결국 남겨진 지배층 동물이 먹이를 포기하고 따라오게 하는 식으로 견제하는 것이다.

결국 대머리호로새들은 지배층의 권력 남용(일정한 기준이나 한도를 넘어서 함부로 씀)이 심해지면 무리의 모든 개체가 필요한 자원을 취하고 중요한 일을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연구진은 “권력이 과도하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견제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을 모든 개체가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리브개코원숭이. 위키피디아 제공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올리브개코원숭이도 무리의 중요한 결정은 우두머리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무리에 속한 개체가 함께 민주적으로 정해 갈등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아프리카들개. 위키피디아 제공


중요한 결정은 투표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투표와 비슷한 행위를 하는 동물들도 있다. 대표적인 동물이 아프리카들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미국 브라운대, 영국 스완지대 공동 연구팀이 2017년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를 통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들개는 사냥 여부를 투표로 결정한다. 물론 표를 던지는 방식은 사람과는 다르다. 아프리카들개의 투표 방식은 바로 재채기. 연구진이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보츠와나에서 아프리카들개들의 모임을 관찰한 결과 아프리카들개들은 함께 사냥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때 동의를 표하는 방식은 재채기였다. 재채기를 많이 할수록 동의하는 표가 많아져 사냥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어캣. 위키피디아 제공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등장하는 ‘티몬’으로 유명한 동물인 미어캣도 무리의 이동 방향을 투표로 정한다. 이들이 표를 던지는 방식은 울음소리. 미어캣 한 마리가 원하는 이동 방향을 제안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일종의 ‘유세(자기 의견을 선전하며 돌아다님)’를 하면 거기에 동의하는 미어캣들이 따라 울음소리를 내는 식이다. 무리 내 서열과 상관없이 각 미어캣의 의사가 존중돼 이동 방향은 민주적으로 정해진다.


꿀벌. 동아일보 자료사진


꿀벌 또한 새로운 서식지를 마련하는 중요한 과정을 앞두고 일종의 선거 유세와 투표를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은 아프리카들개와 미어캣과는 또 다르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후보지를 물색한 꿀벌들은 각자 최고의 후보지라고 생각하는 곳을 정한 뒤 이를 다른 꿀벌에게 소개하고 표를 얻는다. 이때 의사소통 방식은 바로 몸을 좌우로 흔들며 춤을 추는 것. 몸을 마구 흔들며 유세와 투표 과정을 거친 꿀벌들은 의견이 하나로 모이면 새로운 서식지로 함께 이동한다.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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