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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고래 없는 공연장, 날 수 있는 맹금사… 동물원이 달라졌다
  • 최유란 기자
  • 2020-11-12 13: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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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이 변화하고 있다. 여러 동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관람 중심의 공간이었던 동물원이 최근에는 동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보전과 교육 중심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사람보다는 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4일 동물원 개원 111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시설을 선보였다. 바로 ‘돌고래이야기관’과 ‘맹금사’(사나운 새를 가두어 기르는 우리)다. 두 곳 모두 동물에 초점을 맞춰 동물원의 새로운 가치를 담아냈다. 지난 11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을 찾아 오늘날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돌아봤다.


지난 11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돌고래이야기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돌고래들이 공연하던 곳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최유란 기자


동물이 없는 동물원

과연 동물 없는 동물원이 가능할까? 전시 중심의 동물원에서는 어렵겠지만, 보전과 교육 중심의 동물원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 4일 서울대공원 동물원 내 개관한 돌고래이야기관이 바로 그 증거.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는 지난달 기준 모두 259종 2452마리의 동물이 살지만 돌고래는 단 1마리도 없다. 2013년 아시아 최초의 돌고래 자연 방류(놓아 보냄) 사례였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시작으로 돌고래 7마리를 모두 바다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은 1984년 국내 최초로 돌고래 쇼를 시작한 곳이다. 하지만 지능이 높고 사회적 동물인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살게 하고 쇼를 위해 훈련을 시키는 과정이 비윤리적이며, 불법 포획(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음)된 돌고래가 쇼에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돌고래 쇼를 없애고 돌고래들을 차례로 자연 방류했다.


과거 돌고래들이 헤엄치던 공간을 걷는 어린이들. 사진=최유란 기자


그렇다면 돌고래이야기관에 있는 것은? 바로 돌고래 쇼가 진행된 공간과 관련 자료들이다. 돌고래이야기관은 과거 돌고래 쇼가 진행되던 공연장을 고쳐 만들어졌다. 돌고래가 공연하던 곳은 물론 연습하던 수조, 함께 쇼를 선보이던 물개가 대기하던 곳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과거 이곳에 살던 돌고래들에 대해 사육자들이 직접 손으로 써내려간 사육 일지와 자연 방류에 관한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자료도 볼 수 있어 실제 돌고래를 보는 것 못지않게 돌고래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다. 또 도슨트(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해설 프로그램 등이 운영돼 미리 예약하면 돌고래 이야기를 더욱 생동감 있게 들을 수 있다.

이날 돌고래이야기관을 찾은 서희주 양(서울 송파구 서울거여초 2)은 “제돌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만나고 싶어졌지만 바다로 무사히 돌아가 잘 살고 있다고 해서 안심이었다”며 “실제 돌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돌고래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고 바다에 사는 동물들을 위해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말했다.


대형 맹금류가 날 수 있게 높고 크게 지어진 맹금사. 사진=최유란 기자


마음껏 날 수 있도록

돌고래이야기관 바로 앞에 있는 맹금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동물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서식지 파괴와 환경 변화로 본래 서식지에서 살기 힘들어진 동물을 위해 서식지를 재현해 동물이 좀 더 행복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연으로 돌아간 동물의 빈자리를 채워 동물과 자연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돌고래이야기관과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동물을 위한 동물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맹금사는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는 독수리와 같이 대형 맹금류(육식성의 사나운 조류)가 비행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새의 습성(동일한 동물종 내에서 공통되는 행동 양식)이 하늘을 나는 것인 만큼 새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비행 공간이 충분히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많은 동물원에선 새를 날기 어려운 좁고 열악한 철창에 가둬놓는 경우가 많았다. 새보다는 새를 보기 위한 사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40여 년 전 지어진 서울대공원의 맹금사 역시 좁고 열악한 철창 형태의 전시 중심 시설이었는데, 이번엔 공간을 대폭 넓혀 대형 맹금류도 충분히 날 수 있도록 했다.


하늘에서 본 맹금사. 서울대공원 제공


소형 맹금류의 경우에도 동물에 맞는 서식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야행성인 올빼미와 수리부엉이의 경우 작은 보금자리 같은 동굴을 연출해 낮에는 쉬고 밤에 활동하는 습성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양우정 서울대공원 홍보팀장은 “자연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동물원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동물원의 역할은 서식지를 재현해 동물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멸종위기종을 보존하며, 동물과의 공존과 보호를 교육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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