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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론 혀로, 때론 귀로… 여덟 다리의 변신은 무죄
  • 최유란 기자
  • 2020-11-08 17: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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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몸통 아래 붙어있는 신체 부분인 다리는 서고 걷고 뛰고 헤엄을 치는 일 등을 맡아 한다. 그런데 이런 다리가 다른 신체 기관의 기능까지 맡아 한다면?

다리를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하는 동물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들 동물은 모두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어 더욱 주목됐다. 과연 어떤 동물이 여덟 개의 다리를 ‘다기능’으로 쓰고 있을까. 또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알아보자.


문어가 게를 맛보기 위해 다리로 휘감으려는 모습. 하버드대 제공


혀 아닌 다리로 ‘맛’ 본다

팔이자 다리가 여덟 개가 있는 문어는 이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헤엄치고 생활한다. 특히 문어의 다리엔 뇌의 통제 없이도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신경 세포가 있어 다리가 잘린 다음에도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독특하고 복잡한 능력의 문어 다리가 마치 혀처럼 맛을 보는 기능까지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캘리포니아 두점박이 문어의 다리 빨판이 미뢰 기능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뢰란 혀에서 맛을 느끼는 감각 세포가 몰려있는 기관. 즉 문어의 다리가 혀와 같이 맛을 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문어의 다리 빨판에 물체가 닿았을 때 문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실험했다. 문어는 먹잇감인 게는 빨판으로 조사한 뒤 바로 휘감았지만, 무생물은 무시했다. 문어가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다리 빨판 내부 세포 표면에 새로운 종류의 수용체(적합자극을 직접 수용하는 세포)가 분포해 먹잇감의 맛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를 통해 문어는 먹잇감을 사냥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피할 때 재빨리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연구진은 문어의 이러한 특징이 오징어와 같은 다른 두족류(연체동물 중 다리가 머리에 달린 동물 종류)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러한 동물의 능력이 환경에 맞춰 어떻게 진화했는지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망거미. 코넬대 제공


귀 대신 다리로 ‘쫑긋’

문어와 마찬가지로 여덟 개의 다리가 있는 거미 또한 다리를 다른 신체 기관처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같은 날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투망거미의 다리의 신경 기반 수용체가 공중에 있는 먹잇감의 진동을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리는 물체의 진동에 의해 생긴 음파가 귀청을 울려 귀에 들리는 것으로, 투망거미가 다리로 먹잇감의 진동을 감지한다는 것은 귀 대신 다리로 소리를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망거미의 이름인 투망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속에 그물을 치는 행위나 그러한 그물을 뜻하는 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투망거미는 미리 쳐 놓은 거미줄에 먹잇감이 잡히길 기다리는 다른 거미와 달리 먹잇감이 가까이 오면 뒤공중돌기를 하는 등 민첩하게 움직여 공중에 있는 먹잇감을 낚아챈다. 이를 위해서는 먹잇감을 재빨리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망거미가 신기할 정도로 큰 눈을 가진 이유는 이 때문.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투망거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력으로도 감지하지 못하는 먹잇감을 포착하기 위해 다리를 마치 귀처럼 이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투망거미 다리에 있는 신경 세포가 저주파와 고주파 소리를 모두 감지하는 것은 물론 6피트(약 1.8m) 이상 떨어진 곳의 소리도 들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투망거미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나방이나 파리, 모기의 날개 진동수와 비슷한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주자 투망거미는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뒤공중돌기를 했으나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동물을 나타내는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줄 땐 움직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더 나은 소리 감지 기술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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