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킹 기술을 아는 것은 필요악일까?”
요즘은 정보가 재산인 시대다. 정보는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남의 정보에 허락 없이 손을 대는 행위는 엄연히 범죄다. 하지만 해킹 기술이 좋은 일에 사용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급 해킹 기술은 총칼 없는 정보전쟁에서 나라를 지킬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 7·7 디도스 공격, 4월 농협 금융전산망 장애 사건 등 북한의 ‘사이버 정보전’에 당해왔다. 북한은 정찰총국 산하에 3000여 명의 사이버부대가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해킹대회 ‘데프콘(Defcon)’이 최근 열렸다. 1992년부터 매년 열리는 행사로 전 세계에서 컴퓨터 좀 한다 하는 ‘지존 프로그래머’들이 모여 해킹기술을 선보인다. 》

 

●어린이들이 해킹 기술을 선보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열린 해킹대회 ‘데프콘’에 참가한 해커들이 바닥에 설치된 대형 모자이크 바닥 퍼즐을 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올 ‘데프콘’에서는 8∼16세 대상의 ‘데프콘 키즈 빌리지’가 열렸다.
‘휴먼 해킹의 기술(THE Art of Human Hacking)의 저자 크리스 해드내지 등이 이 캠프의 강사로 참가했다. 어린이들에게 단서를 해독하고 컴퓨터의 잠금을 풀고 정보를 얻어내는 기술을 전수했다.
‘CyFi’라는 ‘해커명’을 사용하는 10세 소녀가 주목을 받았다. 애플의 iSO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제의 모바일 농장경영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의 진행시간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에서 나온 결함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100달러의 상금도 받았다.

‘데프콘 키즈 빌리지’에서 주목을 받은 10세 소녀 ‘CyFi’(해커명).

이 소녀는 “휴대전화의 와이파이 접속을 끊은 사이 발생하는 결함을 이용해 시간을 조작했다”며 “해당 게임 업체에 발견된 결함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옥수수를 키우는 게임을 실행하면 실제로 10시간이 걸려야 게임을 완료할 수 있지만 이 결함을 이용하면 바로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농작물 육성 게임은 대부분 긴 시간 동안 같은 클릭을 반복해야 하는 지루함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해킹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윤리적으로 좋지 않다”라는 일부 논란도 있지만 CNN은 “일단 의도는 건전했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10세 어린이의 아버지는 “사람들은 해킹을 무섭다고 말하지만 어린이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게임으로 ‘외화벌이’하는 북한
최근 북한의 컴퓨터 전문가들이 국내 온라인게임을 해킹해 ‘외화벌이’를 해온 것이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인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의 아이템을 자동으로 수집하는 ‘오토프로그램’을 만들어 북한의 컴퓨터 전문가 30여 명과 짜고 돈을 벌어온 정모 씨 등 5명을 구속했다.
‘오토프로그램’은 자동으로 컴퓨터를 작동시켜 사람이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의 레벨과 능력치를 올려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게 한다. 북한 해커들은 악성코드를 이용해 암호화된 ‘패킷 정보’를 풀어 아이템과 캐릭터 레벨 정보를 빼냈다. 이들은 수집한 아이템을 인터넷에서 현금을 받고 팔았다. 오토프로그램은 1만2000∼1만5000대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구동됐고 1년 6개월 동안 최소 64억 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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