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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코너리, 마력의 원조 본드
  • 최유란 기자
  • 2020-11-03 13: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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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 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초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 뉴시스 자료사진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세계를 매료(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홀리게 함)시킨 장면은 제임스 본드가 버킹엄궁에서 ‘본드 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구출해 헬기를 타고 주경기장에 나타난다는 설정의 이벤트였다. 영국을 상징하는 첩보물 
‘007 시리즈’의 역대 제임스 본드 6명은 호주 출신인 2대와 아일랜드 국적의 5대 빼고는 모두 영국 배우가 맡았는데 그중 최고로 꼽히는 이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한평생 사는 동안)로 세상을 떠난 초대(차례로 이어 나가는 자리나 지위에서 첫 번째에 해당하는 사람) 숀 코너리다.

007 시리즈 첫 작품인 ‘007 살인번호’(1962년) 주인공으로 무명(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음)의 코너리가 물망(여러 사람이 우러러보는 명망)에 올랐을 때 원작자인 이언 플레밍은 반대했다.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을 졸업한 작가는 상류층 영국 신사를 기대했지만 코너리는 스코틀랜드의 빈민가 출신이었다. 그는 13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허드렛일을 전전했다. 신인 배우 시절 버나드 쇼, 오스카 와일드,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탐독(열중하여 읽음)했고 “독서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했다. 코너리는 7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해 섹시한 카리스마의 본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1983년)을 끝으로 하차를 선언했다. 본드라는 캐릭터에 갇히기 싫다는 이유였는데 이는 배우로서 장수하는 계기가 됐다.

코드넘버 ‘00’은 살인 면허를 뜻하는데 제임스 본드는 연애 면허도 지닌 듯 본드 걸을 수시로 바꿔가며 애정행각을 벌였고 이는 화끈한 액션 신과 함께 시리즈물의 성공 요인이었다. 스크린 밖 코너리도 ‘나쁜 남자’였다. 그는 1965년 인터뷰에서 불우(살림이나 처지가 딱하고 어려움)한 어린 시절 탓인지 폭력적인 면이 있다고 실토(사실대로 말함)하면서 “여자를 때리는 게 특별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30년쯤 지난 후에야 잘못을 인정했다.

‘현역’ 대니얼 크레이그는 마초(남자다움을 지나치게 과시하거나 우월하게 여기는 남자) 이미지의 역대 본드들과는 다르다. 역대 본드들이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를 주문하는 전통을 깨고 첫사랑의 이름을 딴 진 베이스의 ‘베스퍼 마티니’를 마신다. 무엇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높다. 그는 “제임스 본드는 여성 혐오자”라며 선배 본드들의 여성관과 선을 그었다. 개봉을 앞둔 25번째 시리즈에선 흑인 여성 007 등장이 예고돼 있다.

냉전(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종식(현상이나 일이 끝나거나 없어짐)으로 영국 해외 첩보 활동은 위축(우그러지고 쭈그러듦)됐지만 그 속에서 잉태(어떤 현상이 내부에서 생겨 자라남)된 문화 상품은 60년 가깝게 장수하고 있다. 본드의 적은 소련에서 유럽 테러집단과 북한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내부의 적들로 바뀌면서 해외 첩보 조직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본드의 이미지도 ‘러브머신’ ‘냉혈한’ 등으로 다양하게 변해왔다. 그래도 007 최고의 대사는 마력의 코너리 목소리로 들어야 제맛이다. “본드, 제임스 본드.”

동아일보 11월 2일 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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