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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남파출소에 우리 이웃 그린 그림비 “담요 같은 그림으로 세상에 온기를”
  • 최유란 기자
  • 2020-11-01 16: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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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대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최근 이곳 한복판에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 한 점이 걸렸다. 이 지역의 치안을 지키는 연남파출소 외벽이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우리 이웃과 경찰관을 그린 그림으로 장식된 것. 따뜻한 느낌으로 보는 이의 미소를 자아내는 이 그림은 ‘그림비(grim_b)’라는 닉네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작가가 그린 것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취지에 공감해 재능 기부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 작가는 연남동에 작업실 겸 쇼룸 ‘스튜디오그림비’를 둔 동네 주민이기도. 최근 스튜디오그림비에서 배 작가를 만나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스튜디오그림비에서 만난 배성태 작가. 배 작가는 ‘그림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최유란 기자


‘팔로어 50만’ SNS 일러스트레이터

배 작가는 인스타그램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SNS 일러스트레이터’다. 2015년 결혼한 뒤 아내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그림을 연재하고 있는데 특유의 따뜻한 느낌으로 인기를 끌어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50만 명이 넘는다. SNS에 연재한 그림을 엮은 책 ‘구름 껴도 맑음’을 시작으로 여러 책을 펴냈으며 전시 및 기관, 기업과의 협업도 다수 진행하며 인기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배 작가가 연남파출소 외벽에 걸릴 그림을 그리게 된 건 지난해 경찰의 제의 때문. 서울지방경찰청과 마포경찰서는 연남파출소의 낡은 외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그림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SNS에서 따뜻한 그림으로 사랑받던 배 작가에게 이를 제안했다. 그리고 취지에 공감한 배 작가가 재능 기부로 참여하기로 하며 이번 작업이 성사됐다.

배 작가는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연트럴파크’에 설치돼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이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동참했다”며 “마침 연남동은 작업실이 있는 곳이라 더욱 반가웠다”고 말했다.


배 작가 작 ‘우리의 주말’. 스튜디오그림비 제공


모두 어우러지는 세상을 그리며

하지만 그림을 구상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파출소임을 알리면서도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림 속 인물들을 어떻게 구성할지부터 성별은 어떻게 할지, 표정과 자세는 어떻게 할지까지 모든 부분을 세심히 신경 써야 했다. 배 작가는 “지난해 9월 제안을 받은 뒤 실제 그림을 걸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며 “많은 사람이 볼 그림인 만큼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의미를 전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면서 여러 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그림은 마침내 지난 9월 연남파출소 외벽에 걸렸다. 가로 3.25m, 세로 6.35m 크기로 제작된 그림에는 활짝 웃는 어린이를 비롯해 청소년, 노인, 장애인, 외국인의 모습이 담겼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웃을 상징하는 인물들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도 담겼으며 그 뒤론 두 명의 경찰관이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배 작가의 그림이 걸리기 전(왼쪽)과 후의 연남파출소 외관. 마포경찰서 제공


“끝이 아닌 시작인 그림이 되기를”

파출소임을 알리는 간판 대신 걸린 포근한 그림은 ‘연트럴파크’를 오가는 시민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파출소의 따뜻한 변신에 좋은 반응도 잇따랐다. 이에 배 작가는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다보니 ‘좋아요’ 수나 댓글로 작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로 오가는 시민이 좋은 시선으로 봐주시는 게 느껴져 개인적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배 작가는 이 그림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는 그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림을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변화와 실천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 그는 또 앞으로도 세상에 온기를 더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온기가 필요할 때 슬쩍 덮으면 따뜻해지는 담요 같은 그림을 추구해왔기에 제게도 이번 그림의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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