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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교사 추모 물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반복되는 이유는?
  • 장진희 기자
  • 2020-10-22 12: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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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반복되는 이유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살해된 프랑스 역사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한 시민이 교사의 사진을 들고 있다. 릴=AP뉴시스


프랑스 중학교의 역사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프랑스 수도인 파리 근교 학교에 다녔던 교사 사뮈엘 파티는 이슬람교 창시자(사상 등을 처음 시작한 사람)인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신문에 실리는 시사만화)을 수업에서 활용했다는 이유로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 난민 압둘라 안조로프의 테러에 의해 숨졌다.


샤를리 에브도가 영화 ‘언터쳐블’을 패러디해 휠체어에 앉은 무함마드와 유대교 랍비가 ‘조롱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테러는 지난 2015년 프랑스 주간지(매주 발행하는 매체)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과 직원, 경찰 등 12명이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에 의해 살해된 사건과 연관이 깊다. 교사 파티가 언론의 자유를 가르치던 중 수업 자료로 활용한 것이 바로 샤를리 에브도에 실린 무함마드 풍자 만평 중 하나였다. 가톨릭, 이슬람, 유대교를 비롯한 종교, 정치, 문화에 성역(침범할 수 없는 사항) 없는 비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샤를리 에브도는 2006년부터 꾸준히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그렸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총기 테러로 이어졌다.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으로 여겨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주류 집단은 언론이 종교를 모독할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불필요하게 선동을 일으키고 특정 종교인을 불쾌하게 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경험한 프랑스인들은 파티의 죽음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영국 BBC 방송은 최근 분석했다. 프랑스 교사 살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내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주류 사회와 무슬림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유를 짚어보자.


테러를 당해 숨진 프랑스 교사가 재직하던 학교에 그를 추모하는 꽃과 ‘나는 사뮈엘이다’라는 팻말이 놓여있다. 콩플랑생토노린=AP뉴시스


강력한 정교분리 정책으로 갈등 빚어

“나는 교사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을 습격해 12명이 숨진 사건 이후 5년 만에 또 다시 종교적 문제로 끔찍한 테러가 발생해 프랑스는 충격에 빠졌다. 최근 시민들은 ‘나는 교사다’ ‘나는 사뮈엘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에 나서며 고인을 추모했다.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이민자가 사는 나라다. 미국 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8.8%인 570만 명이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나라 알제리, 모로코 등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다.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들어온 무슬림 난민도 프랑스 주류 사회와 충돌을 빚고 있다.

프랑스는 헌법에 ‘정교분리(라이시테·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분명히 드러냄)할 만큼 학교 등 공적 장소에서 종교적 표현을 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시테 정책’이 프랑스 내에서 종교적 갈등과 대립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지난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학교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히잡’ 착용을 금지해 이민자들의 반발을 샀다.

프랑스에서 무슬림 이민자는 종종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 소수자이며 교육, 취업의 기회도 제한된다. 상황이 이런데 무슬림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복장을 갖추는 것까지 금지되니 억압을 당한다고 느끼는 일부 이민자들이 극단주의 성향에 빠져 분란을 일으켜 문제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라이시테를 더욱 강화하는 법안을 오는 12월 내놓겠다고 선언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6년 프랑스 경찰들이 휴양지 니스에서 부르키니를 착용한 무슬림 여성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수영복은 어떻게 차별의 근거가 됐나

“부르키니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상징이다.”

2016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의 다비드 리스나르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프랑스 주류 사회가 무슬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부르키니는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부터 발목까지 전신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부르카’와 ‘비키니’를 합친 말이다. 이슬람 규율 상 맨 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전신 수영복이다.

칸의 시장이 수영복의 한 종류일 뿐인 부르키니를 입은 여성들에 벌금을 부과하고 부르키니가 이슬람 극단주의 상징이라고 폄하한 것은 결국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모든 백인이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이 아니듯, 모든 무슬림이 극단주의적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당시 칸을 비롯한 일부 휴양도시가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하자 사회적 논쟁이 거세졌다. 결국 법적 논쟁으로 확대됐고 프랑스 국가평의회는 니스 근처 소도시 빌뇌브 루베에서 부르키니 착용 금지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평의회는 “지방자치단체는 이슬람 수영복 착용으로 공공질서가 위협당한다고 증명할 수 있을 때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이번 경우에는 그런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부르키니 금지 사건은 라이시테 원칙을 왜곡해 무슬림을 차별하고 편견을 조장(부추김)한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사회적 소수자인 무슬림을 극단주의자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자유, 평등, 관용’을 중시하는 나라, 프랑스가 무슬림의 자유를 제한해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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