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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극이 부른다’ 펴낸 해양과학자 박숭현 “지구는 여전히 미지의 행성”
  • 최유란 기자
  • 2020-10-14 1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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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모르는 지구를 찾아서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는 바다 밑바닥엔 뭐가 있을까? 머나먼 우주 탐사도 빈번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류의 유일한 터전인 지구 깊숙한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생명체가 사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25년간 25차례 바다로 나간 해양과학자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꿈꾸기도 어려운 ‘극한의 땅’ 남극 탐사만 7차례. 지난해 남극 대륙과 뉴질랜드 사이에 놓인 새로운 유형의 맨틀(지구의 지각과 핵 사이의 부분) ‘질란디아-남극 맨틀’을 최초로 발견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박숭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52)이다. 그가 최근 남극 해저 탐사기를 엮은 책 ‘남극이 부른다’(동아시아)를 펴냈다.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 극지연구소에서 박 책임연구원을 만나 바다에서 건져낸 지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숭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 극지연구소에서 만났다. 사진=최유란 기자


남극으로 간 과학자

박 책임연구원은 대학에서 지질학(지구의 성분, 구조, 형성 과정,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을 전공한 과학자다. 그런 그가 마치 탐험가와 같이 바다를 누비게 된 이유는? 바로 지구를 알기 위해서다.

“지구에는 미지의 영역이 많아요. 바다는 특히 그렇죠. 본격적인 심해(깊은 바다) 탐사는 오히려 달 탐사보다도 늦게 시작됐어요. 우리는 지구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거죠.”

여전히 미스터리에 쌓여 있는 지구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그가 관심을 집중한 곳은 남극의 중앙 해령. 지구 전체에 걸쳐 있는 거대한 심해 산맥인 중앙 해령은 지구 내부 물질과 에너지가 지표로 나오는 통로다. 끊임없이 변하는 지구를 이해하려면 살펴봐야 하는 곳이지만 접근이 어려운 남극의 중앙 해령 대부분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었다.

특히 뉴질랜드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사이에 위치한 호주-남극 중앙 해령은 그간 어느 나라에서도 탐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 하지만 이곳의 가치를 주목한 박 책임연구원은 2009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얼어붙은 바다나 강의 얼음을 깨뜨려 부수고 뱃길을 내는 특수한 장비를 갖춘 연구선) 아라온호에 힘입어 탐사를 추진했고 2011년 남극으로 떠났다.


지난해 남극 탐사 당시 남극 대륙에 선 박숭현 책임연구원. 뒤로 아라온호가 보인다. 박숭현 책임연구원 제공


누구도 모르던 지구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는 것은 험난했다. 이전에 남극을 비롯해 여러 바다를 수차례 탐사한 박 책임연구원에게도 마찬가지. 출항지에선 지진이 났고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거친 바람과 파도로 탐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수없이 계획을 수정하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결국 세계 최초로 호주-남극 중앙 해령의 모습을 드러낸 지형도를 만들고 시료(시험, 검사, 분석 등에 쓰는 재료나 생물)를 채취하며 성공적으로 탐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인류가 알지 못하던 지구의 한 모습을 처음으로 포착한 것이다. 그는 “지구의 어떤 영역에 처음으로 닿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그 뒤로 남극 중앙 해령을 4차례 더 탐사하며 세계적으로 의미가 큰 발견을 이어갔다. 지난해 발견한 ‘질란디아-남극 맨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실렸으며 2015년엔 이곳에서 빙하기와 간빙기가 순환하는 증거를 찾아낸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남극 중앙 해령 최초의 열수(마그마가 식어서 여러 광물 성분이 굳어 나온 뒤 남는 수용액) 분출구와 신종 열수 생물을 발견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남극 중앙 해령에서의 탐사를 이어가며 기후변화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지구를 알아가는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기후변화가 빨라질수록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터전을 제대로 가꿔나갈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남은 미지의 영역을 파악하고 널리 알리며 인류가 지구를 이해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박숭현 책임연구원이 무진 열수구 지대에서 발견한 신종 열수 생물 ‘키와 아라오나’. 아라온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박숭현 책임연구원 제공


원대한 꿈을 꾸세요

어린 시절부터 과학을 좋아해 과학자가 꿈이었다는 박 책임연구원이 좋아했던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책. 그가 발견한 남극 중앙 해령 최초의 열수 분출구의 이름을 김승옥 작가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딴 ‘무진 열수구 지대’로 지은 것도 그 영향이다.

그는 처음으로 혼자 읽은 책들도 아직까지 기억한다. 처음 읽은 책은 바로 중국 소설 ‘서유기’, 두 번째로 읽은 책은 영국 소설 ‘보물섬’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초등학생 때 읽은 책인데 둘 다 모험기”라며 “돌이켜보면 그때 읽었던 책들이 미지의 영역을 좇아 바다를 탐사하게 된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책을 내며 막연히 꿈꾸던 작가의 꿈도 이룬 그는 어린이들이 진정 원하는 꿈을 꾸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직업을 막연히 따라가기보다는 세상을 넓게 보고 스스로 생각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으라는 것. 그는 또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더 큰 꿈을 꾸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세상은 정말 넓고,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일이 있어요. 모든 어린이가 진정 원하는 멋진 꿈을 꾸고, 이뤄내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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