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은 유럽형 공격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빛낼 특별한 재능이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조 감독은 다음 달 7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표팀 최종선발을 위한 제주 전지훈련에 ‘유럽파’ 중엔 유일하게 손흥민(18·함부르크)을 소집했다. 그는 21일부터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독일의 축구영웅 프란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뮌헨 회장이 ‘제2의 차범근’으로 지목했던 손흥민. K리그 선수 출신으로 손흥민과 독일에서 함께 지내며 아들을 ‘지도’하는 아버지 손웅정 씨를 통해 아들 키우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기계발서 사서 읽혔죠”
―손 선수의 어린시절에 대해….
“걸음마를 할 때부터 축구공을 갖고 놀았어요. 초등학생 때(강원 춘천시 부안초교)는 ‘축구만 좋아하는 아이’였죠. 학원에는 안 다녔고요. 축구를 빼면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3학년 때부터 제가 본격적으로 축구를 지도했어요.”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축구 기술만큼 정신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때문에 잊혀지는 선수들을 봤기 때문이에요. 서점에 갈 때마다 자기계발서를 사서 제가 먼저 읽고 좋은 구절에는 밑줄도 친 다음 흥민이에게 줬습니다. 책 앞에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같은 구절을 써서 주기도 했어요.”
―손 선수가 책 읽는 걸 싫어하진 않았나요.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그래서 한 번은 이놈이 ‘읽는 척’만 하는 게 아닌지 확인을 해봤습니다. 줬던 책을 쭉 봤더니 이 녀석이 자기 맘에 드는 구절에 표시를 해놨더라고요. 기특했죠.”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없나요.
“너무 많이 줘서 제목은 기억이 안 나네요.”(웃음)

 

손흥민이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직접‘지도’하면서 뒷바라지를 해온 K리그 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 씨. 사진 제공 손웅정 씨

○“독일생활 2년 만에 독일어 60∼70% 익혀”
―두 분의 독일 생활에 대해….
“독일 생활이 2년 반쯤 됐어요. 처음엔 저랑 둘이 지내다 최근엔 흥민이가 함부르크 선수단과 함께 지내죠. 저는 훈련장 부근의 호텔에서 지내고요. 흥민이한테 맞춰서 생활합니다. 아침에 방에 가서 깨우고 밥도 같이 먹고 방 청소도 제가 하죠. 틈날 때마다 개인지도도 하고 있습니다.”
―개인지도는 어떻게 하시나요.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예요. 철저히 기본기와 트래핑을 연습시킵니다. 선수가 유명해질수록 중요성을 망각하기 쉬운 부분이죠. 팀 훈련 때 지켜봤다가 지적도 해줍니다.”
―손 선수는 외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나요.
“매일 독일어 개인교습을 시키다가 최근엔 경기가 많아 주 3회 정도 합니다. 실력이 제법 늘어서 이제 인터뷰 때도 60∼70%는 독일어로 소화합니다.”
―더 큰 리그로 가려면 영어나 스페인어가 필요할 텐데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영어 공부는 새해부터 하기로 했어요.”
―‘제2의 차범근’으로 불리는데….
“물론 기분은 좋죠. 하지만 차 선배는 축구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신 분이고 흥민이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흥민이에게 주변에서 띄워주는 거나 인기에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언론 인터뷰를 최소화하도록 제가 막는 것도 그런 것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부각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21일 대표팀 전지훈련에 합류한 손흥민이 제주도 서귀포시민구장에서 첫 훈련을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 이성모 기자 ms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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