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존재감 없던 화협옹주, 화장품으로 현대서 ‘재조명’
  • 장진희 기자
  • 2020-10-11 13:57:58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화협옹주 화장품 복원한 국립고궁박물관 김효윤 학예연구사


화협옹주의 화장품 그릇을 재현해 만든 시제품. 문화재청 제공


아들만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던 조선시대, 사도세자가 태어나기 전까지 영조가 줄줄이 딸만 봐서일까. 조선 제21대 왕인 영조의 7번째 딸이자 사도세자보다 두 살 많은 친누나 ‘화협옹주’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외모가 빼어났고 19세에 홍역으로 숨졌다는 것, 영조가 젊은 나이에 죽은 화협옹주를 크게 안타까워했다는 기록 정도가 전해진다.

당대에는 큰 존재감이 없었던 화협옹주가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2016년 경기 남양주시 삼패동 화협옹주묘에서 발굴된 화장품과 화장품 그릇이 현대화돼 케이(K·Korean) 뷰티 제품으로 올해 말 출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묘에서 출토된 청화백자 그릇에는 화협옹주가 일상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각종 화장품도 남아있어 조선 왕족 여성의 화장법을 짐작하게 한다.



김효윤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보존과학실 작업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진희 기자

화협옹주묘에서 나온 화장품 그릇을 현대화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 유물과학과의 김효윤 학예연구사다. 아무나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없었던 귀한 조선 왕실의 유물을 복원·보존하는 일을 하는 김 연구사를 최근 국립고궁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만났다. 화협옹주의 화장품엔 어떤 아름다움의 비법이 담겼을까.​


화협옹주묘에서 발굴된 화장품이 담긴 청화백자


화협옹주 미모의 비결은 황개미?

“화협옹주의 화장품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갖고 싶다’고 입 모아 말하더라고요. 예상대로 큰 인기를 끌어서 우리 박물관을 대표하는 ‘굿즈’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백자에 ‘청화’라는 푸른 물감으로 그린 용, 소나무, 등나무, 매화, 연꽃 그림이 섬세하게 장식된 화협옹주의 화장품에는 궁중의 기품(고상한 품격)이 배어있다. 묘에서 나온 청화백자 10점이 모두 현대 화장품으로 재현된다. ‘프린세스 화협(Princess Hwahyup)’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화장품은 플라스틱이 아닌 도자기로 제작된다. 조선 왕족의 삶을 온전하게 체험해보라는 의미가 담겼다. 김 연구사는 “장식품 겸 화장품인 프린세스 화협으로 집에서 왕실 문화를 향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굴된 10점의 청화백자에서 화장품 8종류도 발견됐다. 김 연구사는 “화협옹주가 평소에 아꼈던 화장품과 거울, 빗, 눈썹먹을 함께 무덤에 묻은 것으로 보인다”며 “왕족이 죽었을 때 부장품(고인을 매장할 때 함께 묻는 물건)을 별도로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인이 아끼던 물건을 함께 넣으며 명복을 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에서는 당시 여성들이 얼굴을 뽀얗게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납·수은 같은 성분이 확인됐다. 입술을 빨갛게 칠하기 위해 쓰인 것으로 보이는 황화수은 성분도 나왔다.


김 연구사가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화협옹주 화장품에서 황개미 머리(사진)가 발견됐다

그 중에서도 김 연구사를 비롯한 세계 연구진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것은 바로 ‘황개미’다. 김 연구사는 “대부분 중국, 일본에서 건너온 청화백자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팔각백자에 담긴 액체를 확대했더니 머리, 가슴, 배가 분리된 황개미 수천 마리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개미를 으깨지 않고 통째로 넣어 오늘날의 크림처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사는 “황개미를 산성이 강한 식초에 담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화장품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거의 없다”며 “아마도 홍역을 가졌던 화협옹주가 피부병을 진정시키기 위해 황개미를 섞은 화장품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가 작은 유리구슬이 꿰어진 조선시대의 등을 면봉으로 조심스럽게 세척하고 있다

진귀한 유물 다루는 보존과학자

“왕실에서 사용하던 진귀한 물건을 연구하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당대 최고의 장인이 만든 문화재를 복원·보존하는 것이 힘들지만, 보람 있습니다.”

김 연구사는 주로 도자기나 유리, 옥, 돌로 제작된 유물을 복원한다. 화협옹주의 화장품 그릇은 깨진 부분이 거의 없었다. 대신 김 연구사는 그릇을 깨끗이 세척하고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분석했다. 김 연구사와 같은 문화재 보존과학자는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하고 세월이 지나도 형태가 변하지 않도록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최근 김 연구사가 복원하고 있는 유물은 1900년대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유리구슬 발이다. 그는 “한 줄에 70개씩 무려 70줄이 늘어서 있는 이 유리구슬 발에 햇살이 비치면 매우 아름다웠을 것이다”라며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인이 엮은 발이라 구슬을 꿰는 방법을 이해하고 축소해 제작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완성되면 매우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사, 예술은 물론 과학에도 통달해야 문화재를 온전하게 후대에 물려줄 수 있어요. 문화재 보존과학자를 꿈꾸는 친구들은 국립 박물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재 보존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참여해 견문을 넓혀보세요.”​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터치소리 한미양행 만화로 보는 한국사 와글와글스토리툰 헬로마이잡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