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세상
  •  [2020 문예상 9월 후보/ 산문] 착한 사람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20-09-21 13: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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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아진(경기 김포시 장기초 6)

비가 우수수 내리는 장마철이었다. 아침에는 괜찮았던 날씨가 해가 저물어 갈수록 점점 먹구름이 끼더니 학원 수업 중에는 비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수업이 진행될수록 비는 더 내렸다.

학원 수업이 끝난 9시 반. 비가 다행히 조금은 그쳤다. 빨리 뛰어서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마침 비가 더 세게 오기 시작했다. 하필 빨간 신호등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셔서 안 그래도 작은 우산을 나에게 씌워주셨다. 아주머니 손에 검은 봉지가 있었는데 대파, 양파와 같은 채소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장을 보고 오시는 길이었던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비를 맞으시면서 내 손에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건네셨다.

“괜찮아요. 저 조금만 뛰어가면 집이에요.” “학생, 우산 가져가. 아줌마 집에 우산 많아.” “그런데 아주머니도 비 맞고 계시잖아요.” “괜찮아. 어차피 집에 가서 씻으려고 했어.” “그럼 같이 쓰고 가요.” “학생 집은 어디야?” “저는 신호등만 건너면 금방 집이에요.” “같이 쓰고 가자.”

결국 작은 1인용 우산을 함께 쓰고 가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욕을 하는 사람을 자주 봐서 그런지 이렇게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 뜻밖이었다. 나였다면 우산을 주지 못했을 것 같다.

아주머니와 아파트 놀이터를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엄마가 우산 하나를 들고 걸어오고 계셨다.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엄마께서 아주머니가 누구냐고 물으셨다. 나는 대답했다. “착한 사람.”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거센 비가 올 때 우산을 건네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우산을 건네주거나 길 고양이에게 밥을 나눠주거나 개미를 밟지 않도록 살피며 걷는 것처럼 모든 생명과 나의 마음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어린이동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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