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출신 첫 총장“영화 만들듯 균형-소통으로 예술인재 양성”
영화감독 출신 박종원 교수가 지난달 31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제6대 총장에 취임했다. ‘무애(無碍·일을 하는 데 막힘이 없음)’를 주제로 열린 취임식에는 학생과 학부모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장, 교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한예종은 ‘예술 영재 양성’을 목표로 1993년 설립된 공교육 기관. 음악원을 필두로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이 차례로 생겼다.
박 총장은 취임사에서 “한예종은 엘리트 예술 교육의 산실로서 그 성과를 널리 입증해 왔다”며 “이제 예술의 공익성을 마음에 새기고 세상의 행복에 기여하는 예술가 교육에 더욱 힘을 쏟아 명실상부한 세계 예술의 리더로서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운주 기자 apple297@donga.com
● 박 감독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이두용 감독 연출부를 거쳐 1989년 이문열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구로아리랑’으로 데뷔했다.
이후 10년 동안 단 3편의 작품으로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992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국내외 유명세를 탔고 정조 암살설을 그린 소설을 영화로 만든 ‘영원한 제국’은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을 사극 스릴러로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빈틈없는 연출력은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도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원한 제국’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1997년에는 NHK방송 주최로 박 감독의 전 작품 특별 상영회가 열리기도 했다.
‘송어’는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비롯해 제작과 감독 등 1인 3역을 해낸 첫 번째 작품이다. 비평가들은 그가 보편적인 이야기를 성숙한 영상미로 표출한다고 평한다.
● 박 총장
그는 영화감독 출신 첫 총장이다.
박 총장은 성격과 분야가 상이한 구성원들을 아우르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총장은 영화감독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좋은 영화가 나오듯, 총장도 학교를 조화롭게 운영해 가야 학교의 발전이 있다는 것. 그는 ‘나를 따르라’ 식의 방식은 쓰지는 않고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시키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통섭은 시대의 흐름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교육입니다. 다만 방식은 새롭게 고민해야 합니다.”
박 총장은 최근 불거졌던 문제인 ‘통섭’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통섭은 ‘지식의 통합’이라는 의미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이다. 그는 휴대전화 초창기 삼성 애니콜이 ‘한국 지형에 맞는 휴대전화’임을 내세워 모토로라의 아성을 넘어섰다면서 한국적 예술의 지형에 잘 맞는 통섭 교육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실기와 전공훈련…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선욱 등 예술영재 배출
● 한국예술종합학교 힘
한예종의 힘은 철저한 실기와 전공 훈련에서 나온다. 한예종 출신 무용수들은 “이곳에서 한 학기에 받는 레슨의 질과 양은 다른 대학에서 4년 동안 배우는 것과 비슷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연극원 졸업생은 “일주일에 실기가 30시간이나 되다 보니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많다. 이러한 학교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상원의 커리큘럼도 독특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이해’ ‘현대사회와 철학’ 등 영상전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인문학 개론도 필수과목이다. 영상원생 중에는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많다.
미술원은 ‘기존 미술 교육의 틀을 뒤집는 대안 제시’가 목적이다. 개원 당시 다른 미대 입시에서 으레 하는 석고 데생 대신 시험관이 염소 한 마리를 시험장에 데리고 들어와 그리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예종은 1994년부터 음악원을 필두로 ‘예비학교’를 운영해 왔다. 예술 영재들이 다니는 예비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의 학생들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 스타의 요람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선욱, 한상이,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등이 이곳 출신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인 쇼팽 콩쿠르에서 공동 3위에 입상한 임동민 동혁 형제는 ‘예비학교’ 출신. ‘5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부적인 발레리노’라는 평을 듣는 김현웅과 발레리나 황혜민, 배우 오만석도 마찬가지다. 영상원 출신 영화감독으로는 조의석(‘일단 뛰어’) 박찬옥(‘질투는 나의 힘’) 정재은(‘고양이를 부탁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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