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 객원래퍼 김한빈(고양 일산중 1)
초등 3학년부터 직접 작사 작곡 에미넴 못지않은 명성 얻고 싶어

 

‘Easy come easy go/이지 컴 이지 고/ 쉽게 오면 쉽게 간다…’
가수 MC몽의 객원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김한빈(비아이·경기 고양시 일산중1) 군의 노트 필기법이다. 그의 노트에는 이브의 ‘Let me blow your mind’, 에미넴의 ‘Lose yourself’ 등 유명한 래퍼가 쓴 곡들의 영어 가사, 독음, 해석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를 받아쓰고 들리는 발음을 그대로 적어요. 그러고 나서 영어 사전을 찾으며 어떤 내용인지를 알아내고요.”
최근 인터넷 인기 상한가를 치는 중딩 래퍼에게 ‘랩’ 강의를 들었다.

○랩으로 만난 ‘소크라테스’

말수가 적은 김 군은 카메라 앞에 서자 180도 변해 즉석 랩을 선보이면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사진=최혁중 기자

김 군은 현재 MC몽의 신곡 ‘인디언보이’에서 객원 래퍼 ‘비아이’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생인 그가 능숙하게 랩을 하는 모습이 7월 방송을 탄 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제2의 권지용(그룹 빅뱅 리더·지드래곤)’이라는 타이틀도 붙였다.
“부모님이 힙합 음악을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랩을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가수들의 음악을 들으면 외국 노래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닌지를 단박에 알 수 있어요.”
김 군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은 7개다. 기계로 비트를 넣어가면서 곡을 만들고 사전, 명언 모음집 등을 뒤져가며 가사를 썼다.
“우연히 ‘소크라테스’를 알게 됐어요. 영어 발음상 가사에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잘 모르면서 넣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 공부했죠.”
랩 덕분에 그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을 남긴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알게 됐다고. 최근에는 에미넴의 ‘Lose yourself’ 멜로디에 직접 쓴 다른 가사를 붙여보기도 했다. 예명인 ‘비아이’도 영어 사전을 찾다가 만들었다.
“사전을 찾다보니까 ‘be’의 뜻이 ‘∼이다’라는 것을 알았어요. 뒤에 ‘I’를 붙였죠. 무슨 의미냐고요? ‘나는 래퍼이다’라는 뜻이에요(웃음).”

○백인 래퍼 에미넴처럼
미국의 유명 래퍼 에미넴이 출연해 랩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8마일’은 김 군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래퍼’는 흑인이 최고라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에미넴은 백인도 훌륭한 래퍼임을 실력으로 보여 준 거죠. 저는 한국인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래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랩에 관한 한 김 군의 욕심은 크다.
“‘인디언보이’ 랩 부분을 녹음하기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녹음실에 가봤어요. 그런데 너무 떨려서인지 평소 실력만큼도 안 되는 거예요. 너무 속상해서 집에 와서 울었어요.”
방송과 무대 위의 김 군은 활기찬 래퍼. 하지만 실제는 무대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질문을 던지면 답을 듣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평소에도 말이 없고 낯을 가린다는 것이 김 군 아버지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어진 사진 촬영. 과묵한 그에게 랩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보자는 주문이 들어갔다. 물론 1초도 지나지 않아 즉석 랩이 흘러나온다. 스튜디오가 이내 김 군의 무대로 변신했다.

 

<이지현 기자> edit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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