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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2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온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재임한 지난 7년 8개월간, 매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을 주재(중심이 되어 맡아 처리함)하던 그에게서는 볼 수 없던 표정이다. 늘 피로에 찌들고 뭔가 포기한 듯한 굳은 얼굴이었고, 뻔한 답변을 영혼 없이 되풀이하는 듯 보이곤 했다. 그도 최장수 아베 총리와 함께하면서 최장수 관방장관 기록을 세웠다.

관방(官房)장관은 흔히 ‘총리의 마누라’라 불린다. 총리를 도와 주요 정책의 기획·조정, 정보 수집 등을 총괄(한데 묶어 관할함)한다. 정부 대변인과 총리비서실장도 겸하지만 무대 뒤 스태프 역할이다. 실제 그는 매일 TV에 등장했지만 개성도 존재감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1일 새 연호(임금이 즉위한 해에 붙이는 이름) ‘레이와(나루히토 일왕 체제의 연호)’를 발표하면서 ‘레이와 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었고 ‘정치인 스가’로 조명받는 기회가 늘었다.

일본 정가(정치 활동하는 곳)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 출신. 아키타의 농가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뒤 상경해 고학(고생하며 배움)으로 호세이대 야간 법학부를 졸업했다. 요코하마 시의원 등을 거쳐 48세 때인 1996년에야 초선 배지를 달았다. 지역 기반의 세습(재산·직업을 대대로 물려줌) 정치인들이 선대(조상 세대)로부터 ‘지반(지연) 간반(간판) 가반(가방·자금)’의 ‘3반’을 물려받아 20대부터 정치에 입문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늦깎이인 셈이다.

아베 총리와 정치 노선(행동 방침)을 같이했지만 아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등 ‘뼛속까지 우파’는 아니라는 평도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들어 “리더가 좋은 사람이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파(분명히 드러내어 말함)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일을 이룬 배경에는 언제나 뒤에서 지켜준 이복동생 히데나가가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정권의 독주(혼자 행동함)가 가능했던 데는 관료집단을 장악한 스가의 공이 크다. 그는 2014년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내각인사국을 설치해 고위관료 인사권을 손에 쥐었다. 이후 관가에서 스가는 ‘저승사자’로 통했다. 관료들은 스가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윗분의 의중(마음 속)을 알아서 챙기는 ‘손타쿠’를 했고, 이는 정권 후반에 터져 나온 각종 스캔들의 화근(재앙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그는 14일 선출되면 아베의 남은 임기인 2021년 9월까지만 총리직을 맡게 된다. 자민당으로서는 지난 8년 여간 아베와 ㉠일심동체였던 그가 ‘위기관리 내각’ 적임자(알맞은 사람)일 것이다. 혹자는 파벌(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진 사람의 집단)도 배경도 없는 그가 전국시대에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내세워진 가게무샤(影武者·그림자 무사)로 끝날 수 있다고 본다. 아베 ㉡상왕(上王·)설, ‘아베스(아베+스가) 정권’ 등이 다 같은 맥락이다. 과연 그는 ‘스가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9월 5일 자 서영아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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