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세계 첫 질병박물관 개관, 손상된 신체 부위 2000점 공개
‘인간질병박물관’(Museum of Human Disease)이 호주 시드니에서 최근 문을 열었다. 질병에 손상된 실제 신체부위(표본)를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 근처에 있는 질병박물관에는 온갖 질병에 의해 손상된 2000여 점의 신체부위가 전시되어 있다. 새까맣게 변색된 흡연자의 폐, 크리켓 공 크기의 괴사성궤양 조직과 통풍관절염으로 일그러진 무릎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박물관을 두고 병든 신체부위가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말한다.
○‘공포물?’ 땡∼! “효과적인 교육용 자료입니다”
‘인간질병박물관’의 ‘괴저섹션’. 괴저는 몸이 썩는 병으로 이 병에 걸린 손과 다리 등이 전시돼 있다. <시드니=AFP>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이들 전시물은 원래 뉴사우스웨일스대 의대생을 위한 교육용이었다. 박물관에는 결절성 갑상샘종 조직, 버거씨병에 의한 혈전을 보여주는 괴저성 발 등 일반인에게 생소한 질병으로 손상된 부위들도 전시돼 있다. ‘금주의 전시물’에는 달걀 모양의 유방암 종양이 선정됐다.
전시물을 보면 흡연이나 고지방 음식 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물 옆에는 ‘담배를 피웠던 사람’이나 ‘과체중이었던 사람’ 등의 설명이 붙어 있다. 식습관, 음주와 흡연 여부, 운동 습관 등이 우리 인체에 어떤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실감나게 알려주는 것이다.
큐레이터 로버트 랜스다운 씨(전 고교 과학교사)는 “사람들은 피부 등 신체 바깥 부분 변화에는 민감하지만 내부 장기들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잊기 쉬운 신체 내부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의미다.
○‘신체 표본들의 나이는 50, 60대’
박물관 개장 초기 몇 주 동안 관람객의 연령대는 높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여러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전시물들을 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단체 견학 등을 온 고교생 대부분의 첫 마디는 “대단하다. 징그럽다”였다고. 관람객에게 인기(?)가 많은 신체 부위는 뇌와 발 손 등이다. 신체 표본들의 연령대는 50, 60대다. 관람객은 헤드폰을 쓰면 해당 부위에 대해 병리학자들이 논의한 내용을 들을 수 있다.
랜스다운 씨는 “신체의 일부분인 만큼 전시물들을 소중히 다루고 있다”면서 “흥밋거리가 아닌, 귀중한 교육용 자료로 봐 달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sylim@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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