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모리셔스 덮은 기름에 미용실로… “내 머리카락으로 바다를 구해주오”
  • 최유란 기자
  • 2020-08-19 12:19:59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지난 7일 모리셔스 바다에 좌초된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에서 기름이 새어나오는 모습. AP뉴시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생태계로 ‘천국의 섬’이라 불리는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청록빛 바다를 자랑하던 이곳에 최근 검은 재앙이 닥쳤다. 일본 화물선이 모리셔스 해안에 좌초(배가 암초에 얹힘)되며 엄청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는 모리셔스 남동쪽 산호초에 부딪혀 좌초됐다. 당시 약 1000t(톤)가량의 원유(가공되지 않은 석유)가 바다로 새어나왔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좌초된 선박이 두 동강 나며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

바다가 검게 물들며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모리셔스 정부는 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모리셔스 국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바다로 나가 기름을 퍼내는 등 두 팔 걷고 나선 상황. 특히 최근에는 바다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하는 사람도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모리셔스 국민이 기름 유출 사고에 대응해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이유는 뭘까. 어솜이와 나척척 박사의 대화를 통해 알아보자.


모리셔스 바다로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AP뉴시스


바다 구하려 머리카락 싹둑, 왜?

어솜이 박사님, 이 사진 보셨어요?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라고 하는데, 마치 바다에 먹물을 떨어뜨린 것 같아요.

나척척 그러게 말이야. 모리셔스 정부와 국민 모두 힘을 합쳐 새어나온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지만 이미 생태계가 크게 파괴됐다고 해. 전문가들은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더구나. 상황이 워낙 심각하니 모리셔스에서는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하는 캠페인까지 진행되고 있어. 실제로 외신을 보니 기부를 위해 미용실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더구나.

어솜이 머리카락을요? 바다에 기름이 새어나왔는데 머리카락은 왜 기부하는 건가요?

나척척 머리카락이 물속 기름을 빨아들이는 데 효과가 있거든. 머리카락을 모아 그물망에 넣고 바다에 넣으면 기름만 흡수해 건져낼 수 있지. 기부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면 할인을 해주거나 상품권을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권장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고 해.


한 누리꾼이 모리셔스 바다에 새어나간 기름을 거둬내는 데 힘을 보태고자 자른 머리카락. 이 누리꾼은 해당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머리카락 기부를 권장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머리카락의 기름 흡수성, NASA도 인정

어솜이 머리카락이 물속 기름을 빨아들일 수 있다고요? 처음 들어요. 진짜 효과가 있는 건가요?

나척척 그럼. 머리카락이 기름을 빨아들이는 흡수성이 있다는 사실은 필 매크로리라는 이름의 미국 미용사가 처음 알아냈다고 해. 1989년 미국 알래스카 바다에서도 엄청난 양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뉴스를 보던 매크로리는 사고 현장에 있던 수달의 털이 기름 범벅이 된 것을 보고 사람의 털인 머리카락도 기름을 빨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대. 그는 바로 머리카락을 모아 집에서 간단한 실험을 했는데, 실제로 머리카락이 물속 기름을 거두어들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지.

어솜이 와, 번뜩 떠오른 생각을 실험까지 해서 증명해 내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나척척 아직 놀라긴 일러. 그는 이 결과를 들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 갔어. NASA에서는 그의 제안으로 머리카락이 유출된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지 연구를 진행했고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단다. 이후 머리카락의 기름 흡수성에 대한 연구는 여러 차례 진행됐는데 호주 시드니공대 연구팀은 머리카락이 무게의 3∼9배의 기름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단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자원해 기름을 제거한 봉사자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교도소 재소자까지 십시일반

어솜이 모리셔스 국민이 괜히 머리카락을 모으는 게 아니었군요. 그래도 오래 기른 머리를 자르기가 쉽진 않을 텐데, 바다를 지키려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나척척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면 자연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모리셔스 국가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업도 타격을 받기에 많은 사람이 힘을 모으고 있지. 그런데 바다를 지키기 위해 머리카락을 모은 게 모리셔스 국민이 처음은 아니야. 2006년 필리핀 기마라스섬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필리핀 내 머리카락 모으기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됐는데, 당시 교도소의 재소자들까지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데 동참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어.

어솜이 우리나라에서도 기름 유출 사고가 있지 않았나요?

나척척 맞아.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엄청난 양의 기름이 유출된 끔찍한 사고가 있었지. 당시 전국에서 12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모여들어 바다를 복원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단다. 그때 우리나라에서도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모으자는 목소리가 나왔었어. 하지만 기름을 빨아들일 수 있는 게 머리카락만 있는 것은 아니야. 사탕수수 잎이나 짚도 기름을 흡수하고, 기름 흡수를 위해 만들어진 전용 제품도 있어.

어솜이 그렇군요. 하루빨리 모리셔스의 바다가 원래의 청록빛을 되찾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