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키워드] 블랙페이스(blackface)

흑인이 아닌 사람이 흑인 흉내를 내기 위해 얼굴을 새까맣게 칠하거나 두툼한 입술을 강조하는 행위. 흑인 노예제가 폐지되기 전 미국에서 주로 백인 배우가 노예의 외모를 조롱하기 위해 분장을 했다.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현대에는 금기시된다.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의정부고 학생들이 ‘관짝소년단’으로 분장하며 얼굴을 검게 칠한 모습. 페이스북 캡처​

매년 화제의 인물이나 캐릭터를 패러디한 졸업사진으로 주목을 받는 경기 의정부고의 일부 학생들이 흑인 분장을 해서 논란이다. 특정 대상을 재미있게 따라하는 것을 패러디라고 한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최근 ‘관짝소년단(방탄소년단+관짝)’을 따라하면서 얼굴을 검게 칠하자 “흑인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짝소년단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유명세를 타게 된 아프리카 나라 가나의 상여꾼(상여를 메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누리꾼이 붙인 이름이다. 가나인들은 장례를 치를 때 밝은 음악을 틀고 춤을 추어야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간다고 믿는다. 관을 들쳐 메고 전자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상여꾼들은 “마스크를 안 쓰면 우리와 춤을 춰야 한다”고 경고해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흑인 방송인인 샘 오취리는 관짝소년단 패러디물을 보고 “흑인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며 “문화를 따라하는 건 알겠는데 얼굴 색칠까지 해야 하나”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비판했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흑인을 흉내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렉페이스’가 흑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금기시된다. 흑인뿐 아니라 아랍인으로 분장하는 것도 인종차별로 여긴다. 다양성의 아이콘이었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교사 재직 시절 디즈니의 ‘알라딘’ 분장을 하며 온몸을 까맣게 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사과하기도 했다.

반면 학생들이 정교한 패러디물을 만들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흑인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짝소년단의 실제 주인공 벤저민 아이두도 SNS에 “(의정부고의) 졸업을 축하한다”고 말하며 불쾌함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관짝소년단으로 분장했다

▶어동이 의정부고 학생들의 분장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해. 흑인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던 시기의 블랙페이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야. 블랙페이스는 과장된 춤과 노래로 흑인 노예의 삶을 조롱하던 잘못된 문화야. 인종은 타고나는 것인데 검은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웃음거리가 된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어. 흑인 인권은 과거에 비해 개선됐지만 블랙페이스는 미국, 캐나다에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위로 여겨지지.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데 이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해.​

어솜이 의정부고 학생들의 분장은 패러디에 불과해. 원래 의정부고 학생들은 만화 캐릭터나 유명인의 복장과 표정, 포즈까지 그대로 따라하는 것으로 유명했어. 춤추는 상여꾼이라는 문화가 아프리카 가나에서 시작됐고 그 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최대한 반영하려다보니 피부를 검게 칠하게 된 거야. 흑인 비하의 의도가 담긴 블랙페이스와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어동 찬반토론] 어동이와 어솜이의 주장 중 누구의 주장에 동의하나요? 자기 생각을 8월 18일(화) 까지 어린이동아 온라인 카페의 ‘어동 찬반토론’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가장 논리적으로 주장을 편 어린이들의 의견을 뽑아 지면에 소개합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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