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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화 논술]나르키소스와 요정 에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8-11-19 15: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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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논술]나르키소스와 요정 에코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되풀이하는 요정
옛날에 햇빛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요정이 있었다. 그 요정이 아이를 낳았는데 이름은 ‘나르키소스’였다. 나르키소스는 날이 갈수록 더 아름다워졌다. 햇빛보다 더 아름답고 별보다 빛나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를 보는 요정은 누구라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중에 ‘에코’라는 이름의 요정이 있었다.
언젠가 헤라 여신이 요정과 사랑을 속삭이고 있던 남편 제우스를 기습하러 숲 속에 내려왔을 때의 일이다. 말재주가 뛰어났던 에코는 능숙한 수다로 헤라를 붙잡아 두었고 덕분에 제우스의 연인이었던 요정이 멀리 달아날 수 있었다. 에코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헤라는 에코에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았다. 그 뒤로 에코는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되풀이하는 것만 할 수 있었다.
이런 사연으로 에코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그저 나르키소스 뒤만 따라다닐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르키소스가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숲 속에서 길을 잃게 되었다. 그는 큰 소리로 친구들을 불렀다.
“이 근처에 누구 없나? 여기일세!”
“여기일세!”
대답이 들리자 나르키소스가 반색을 하며 외쳤다.
“그럼 이리 나와 보게!”
“나와 보게!”
나르키소스는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가다가 마침내 요정 에코를 만나게 되었다. 요정은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싶어서 두 팔을 뻗었다. 하지만 나르키소스는 냉정하게 몸을 돌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것을 좋아하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낫지.”
요정은 울면서 그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낫지.”
그러면서 고개를 들었을 때 나르키소스는 이미 멀리 떠난 뒤였다. 그녀는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 외진 장소를 찾아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바위 동굴 속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에코의 몸은 점점 여위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목소리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물에 비친 아름다운 그림자는 누구?
그렇건만 나르키소스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름다운 요정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어느 날 그에게서 상처를 입은 한 요정이 분노에 차서 하늘을 향해 외쳤다.
“그의 가슴에 마침내 사랑이 불타오르게 하소서! 그 역시 사랑할 수 있게 하시되 절대로 그 사랑의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해 주소서!”
정당한 분노의 여신인 네메시스가 요정의 기도를 듣고 소원을 들어주었다.
나르키소스가 산책을 하다가 아주 매혹적인 장소에 이르게 되었을 때였다. 바람이 불지 않는 숲 속의 빈터였는데 그곳에 개울물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뛰어다녀서 많이 지친 나르키소스는 얼른 개울물로 갈증을 씻고 싶었다. 물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청년은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그림자를 보았다. 나르키소스는 그 모습에 넋이 나갔고 그림자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그 자리에 몇 시간 동안 못 박힌 채 말없이 자신의 그림자만 바라보았다.
그는 물 위에 생긴 그림자를 두 팔로 껴안았다. 그러나 그림자는 그의 팔이 물에 닿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수많은 날 동안 그 자리를 지키다가 점차 쇠약해져 갔다.
“아, 이토록 괴로울 수가!”
나르키소스의 영혼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마지막 말을 내뱉고 아름다운 육신을 떠나갔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아름다운 나르키소스의 시신을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신들이 그의 아름다운 모습이 썩어 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슬픔에 잠긴 신들은 그 아름다운 청년을 물가에서 자라는 품위 있고 우아한 꽃으로 변하게 했다. 그 꽃 이름이 ‘나르키소스’다.


프로이트의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즘은 자신에게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즉 자기가 스스로 ‘관심이 대상’이 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사람이 자라면서 유아기에 자신에게 쏠려 있던 관심이 점점 자신 외의 대상(어머니나 이성)으로 향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사랑이 실패하면 다시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에고이즘(egoism): ‘이기주의’를 말하는데 이타주의와 반대다. 사회나 집

단 또는 국가를 중요시하던 예전과는 달리 개인의 삶이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나르키소스의 수선화: 그리스인이 나르키소스라고 부르는 꽃은 피같이 붉은 꽃이다. 그러므로 나르키소스는 우리가 나르시스라고 부르는 수선화와는 조금 다르다.

 

생각을 키워요

그리스 신화에서 에코는 능숙한 수다와 말솜씨로 헤라를 속였다가 다른이의 말만 따라 해야 하는 벌을 받는다. 평소에 자신이 하는 말 중에서 생각 없이 쉽게 내뱉는 말은 없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면 세상과 단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사랑해선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현명하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으며 사랑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쉽진 않지만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멋진 자동차나 비싼 상품, 화려한 화장품들을 팔기 위해 우리를 광고로 유혹해야 할 소비자로밖에는 보지 않는다. 그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광고는 사람을 유혹하여 죽게 만드는 사이렌의 노래와 같다. 그러므로 사이렌의 노래에 저항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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