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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논술]금오신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8-06-19 15: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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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교과연계

4학년 국어 ‘생각의 열매를 모아’

“염부주. 이곳은 풍토병이 심하여 살기 힘든 땅이라 우왕의 발자취도 미치지 못했고 목왕의 준마도 이르지 못하였도다. 이곳은 붉은 구름이 해를 뒤덮고 독기 서린 안개가 하늘을 가로막은 곳이다. 목마르면 펄펄 끓는 쇳물을 마셔야 하고 배고프면 시뻘건 쇳덩이를 먹어야 하며 야차와 나찰이 아니면 땅에 발을 댈 수가 없고 도깨비 무리가 아니면 그 기운을 뜻대로 펼 수도 없다. 불길에 휩싸인 성곽이 천 리를 뻗었고 쇠로 이루어진 산이 만 겹이나 놓여 있다.” -‘금오신화’ 중 ‘남염부주지’


위의 기록은 ‘금오신화’에서 묘사하고 있는 ‘염부주’ 즉, 지옥의 모습입니다. ‘금오신화’에는 이처럼 기괴하고 환상적인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 선조들의 작품 중에도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 소설이 있는 것입니다.

●‘금오신화’는 어떤 소설인가?
‘금오신화’는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김시습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입니다. 김시습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의 세계와 그 꿈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의 세계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오랜 방랑을 하며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녔고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고적을 보고 느낀 감상을 한 편 한 편 글에 담아냈습니다. 그의 풍부한 문학적 감수성과 현실을 꿰뚫는 예리한 통찰력은 마침내 ‘금오신화’를 탄생시켰습니다.
‘금오신화’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사건의 배경은 우리나라의 현실로 결정적인 상황은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꿈에서 노니는 방식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김시습이 이처럼 꿈을 강조한 것은 불우했던 삶을 꿈속에서나마 자유로이 펼쳐 보고자 했던 의지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오신화’ 들여다보기
이제 5편으로 이루어진 ‘금오신화’ 속으로 들어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만나 봅시다.
1)만복사저포기: ‘만복사에서 저포놀이를 하다’라는 뜻입니다. 전라도 남원의 양생이라는 사람이 만복사에서 부처님과 저포놀이를 해서 이긴 후 소원대로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지만 그녀는 이미 죽은 여인이었다는 내용입니다.
2)이생규장전: ‘이생이 담을 엿보다’라는 뜻으로 개성에 사는 이생이 양반집 처녀 최랑이 사는 집의 담을 넘겨다본 후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입니다.
3)취유부벽정기: ‘부벽정에서 취하여 노닐다’라는 뜻입니다. 제목 그대로 부벽정에서 취해서 놀다가 하늘의 여인을 만나 시를 주고받다 끝내는 여인을 잊지 못해 병을 얻어 죽게 되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4)남염부주지: ‘남쪽의 섬나라 염부주에 간 기록’이라는 뜻입니다. 경주에 사는 박생이라는 선비가 과거시험에 낙방한 후 잠깐 졸다가 남쪽의 섬나라 염부주에 가서 그곳의 국왕과 ‘주공 공자 석가 천당 지옥’ 등에 대해 토론하는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5)용궁부연록: ‘용궁에서 잔치를 맞다’라는 뜻입니다. 개성에 살았던 한생이 어느 날 박연 폭포에 있는 용왕님을 만난 후 세상의 명예와 이익에 마음을 두지 않고 명산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금오신화’ 깊이 읽기: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소설
‘금오신화’에 수록된 소설 5편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드나들면서도 김시습의 이상을 은근히 소설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 주요한 특징입니다.
‘만복사저포기’는 양생이 죽은 여자와의 인연 때문에 장가를 들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종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지킨 김시습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지요. 이들 작품 모두 많은 시를 넣어 인물의 심리와 표현에 독특한 효과를 낸 것이 흥미롭습니다.
또 ‘금오신화’에는 많은 귀신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금오신화’에 실린 글은 인간과 귀신의 만남, 저승 세계와 용궁으로의 여행 등 비현실적인 소재를 택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애절한 사랑과 함께 일상의 고통 속에서 탈출하고픈 욕망과 작자 김시습의 현실 도피 의식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꿈속에서 살아간 천재 김시습
서울에서 태어난 김시습은 어린 시절 ‘신동’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이 소문은 세종에게까지 알려졌지요. 왕에게 받은 비단 50필을 ‘혼자 힘으로 가져가라’고 하자 비단을 풀어 한 장 한 장 묶어서 허리춤에 묶은 채 끌고 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그의 재주는 뛰어났습니다.
1455년 삼각산 중흥사에서 공부하고 있던 21세의 김시습은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격분한 김시습은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어 전국을 방랑하는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내게 됩니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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