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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포커스]국가대표 남녀 핸드볼 골키퍼 오영란-강일구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8-02-10 15: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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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국가대표 남녀 핸드볼 골키퍼 오영란-강일구

4세 연하 ‘동생 남편’이어서일까. 자신은 주전이지만 남편이 후보여서일까. 아내는 남편이 안쓰러운가 보다. 영양제도 챙겨주고 해외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면 남편이 뛸 팀까지 주선하겠단다.
1월 30일 남편이 선방을 거듭하자 아내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막대 풍선을 두들기며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한국 핸드볼대표팀의 오영란(36·벽산건설), 강일구(32·인천도시개발공사) 부부. 지난달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핸드볼 아시아예선 재경기 일본전에서 각각 13개, 17개의 슛을 막아내며 한국 남녀 대표팀의 베이징 직행 티켓을 따낸 일등공신이다.
나란히 대회 MVP에 뽑힌 뒤 시상식장에서 “뽀뽀하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얼굴만 붉히고 단상을 내려온 부부. 베이징 올림픽 메달을 향한 ‘부부 골키퍼’의 꿈과 삶을 들여다봤다.
●운동, 그리고 사랑
처음 만난 건 오영란이 신갈여고 3학년, 강일구는 남한중 2학년이었다. 신갈여고 핸드볼팀이 남한중팀과 연습경기를 자주 하면서 ‘아는 누나’로 시작됐다.
친한 누나와 ‘눈이 맞은’ 건 시드니 올림픽을 준비하던 1999년 태릉선수촌. 당시 주말마다 대표팀은 선수촌 뒷산인 불암산을 전력으로 뛰어오르는 크로스컨트리를 의무적으로 해야 했는데 오영란과 강일구는 부상이어서 함께 걸어서 올라가는 행운(?)을 얻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작업 등산’을 한 두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얘기가 잘 통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 주말마다 몰래 시내에서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연인 관계로 발전했지만 ‘회사’ 내에선 비밀. “철통 보안을 유지했죠. 하기야 내가 네 살이나 아래니까 둘이 만난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 강일구의 회상. 프러포즈는 밤에 통화를 하면서 이뤄졌다. 태릉선수촌에 있어도 숙소가 다르고 대회에 나가도 남자와 여자가 함께 나가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
통화 중 “누나 같은 노처녀가 누구하고 결혼하겠느냐. 결혼하자”는 강일구의 프러포즈를 오영란이 받아들였다. ‘아는 누나’가 갑자기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강일구의 기억.
오영란에게 결혼은 현실이었다. “성격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하니까 정말 안 맞더라고요. 내가 좀 급하고 다혈질인 반면 일구 씨는 꼼꼼하고 잔소리를 잘하는 성격이거든요. 싸우기도 많이 싸웠죠.” 그래도 남편은 가슴 떨리는 존재인 듯. “지금도 제 경기를 일구 씨가 봐주면 떨려요. 일본전에 관중석에 있던 남편이 없어져서 후배한테 찾아보라고 시키기까지 했어요.”

강일구가 일본 선수가 던지는 공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생활, 그리고 가정
인천 학익동의 보금자리는 두 달째 비어 있다. 집보다 태릉선수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국가대표 아빠 엄마 덕에 갓 돌을 지난 딸 서희는 할머니와 함께 지낸다. 지난해 12월이 돌이었지만 돌잔치는 11월로 당겨서 했단다. 오영란이 프랑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기 때문.
6년이 돼 가는데 살림은 엉망이란다. 오영란 왈(曰). “대회나 합숙훈련을 나가 사람이 안 사니까 습기가 많이 차요. 가구는 썩고 도시가스 계량기 바늘은 거의 안 움직여요.”
그래도 부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산다. “집사람이 선배이다 보니 영양제를 잘 챙겨줘요. 꼬박꼬박 먹지는 않지만 몸이 안 좋아졌다고 느껴지면 하나씩 빼먹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둘째 아이를 갖기로 ‘일단’ 합의는 했지만 교육 방식을 놓고는 논쟁 중이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둘째를 갖는다고 약속하고 (첫째 출산 후)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남편이 배려해 줬어요. 아이를 낳으면 일찌감치 유럽으로 보내서 핸드볼 영재 교육을 시키려고 해요.” ‘조기 해외연수’에 대한 남편 생각은 조금 다르다. “부모가 모두 국가대표였는데 혹시 아이가 부모보다 못하면(국가대표 탈락) 주눅 들지 않을까요?”
●라이벌, 그리고 동반자
일본전 재경기에서 사카모토의 슛을 막아내고 있는 오영란.
강일구는 그동안 선배 한경태(스위스 오트마)에게 밀려 후보 신세였다. 일본전에선 컨디션이 최고조인 것을 지켜본 남자대표팀 김태훈 감독에게 낙점돼 위기마다 한국팀을 구했다.
“저는 대표팀 주전이고 남편은 후보예요. 그것 때문에 남편이 신경을 많이 쓰죠.” 오영란은 나이도 많고 운동도 오래 했으니 자리도 조금 빨리 잡은 것뿐이란다. 여자대표팀이 국제대회 성적이 좋으니까 더 부각된 것뿐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가끔 ‘오영란의 남편’이라는 말이 나오면 싫어하는 눈치예요. 사실 임영철(한국여자대표팀) 감독님은 항상 ‘일구가 훨씬 낫다’고 농담을 하시곤 해요.”
‘부창부수(婦唱夫隨).’ “합숙에, 대회 출전에 만날 시간도 없어요. 보통 여자들 같으면 이해하기 힘들겠죠. 아내는 같은 골키퍼라 그런지 운동에 대해 대화가 잘 통해요. 배려도 잘해주죠.”
베이징 올림픽을 마친 뒤의 동반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한 팀은 오영란에게 ‘러브콜’을 하면서 남편 팀까지 주선해 주겠다고 했다. ‘에이스’를 내줘야 하는 소속팀으로선 난색을 표하지만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같은 나라에서 함께 뛰는 게 부부 골키퍼의 꿈이다.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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