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웜뱃이 죽은 어미의 육아낭 밖으로 손을 내밀며 흔들고 있다.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통통한 볼과 땅딸막한 다리를 가진 웜뱃의 매력은 귀여운 외모에만 있지 않다. 웜뱃은 다른 동물들을 포용하는 마음씨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올해 초까지 이어진 호주 산불 재난 상황에서 주목받았다. 지구상 동물 중 유일하게 정육면체 모양의 배설물을 만들어 내는 웜뱃의 비밀이 밝혀지기도 했다.

성체가 된 웜뱃의 모습. 위키피디아 제공

뜻밖에 영웅된 웜뱃

길고 튼튼한 발톱을 가진 웜뱃은 땅굴파기의 선수다. 땅굴을 파고 들어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웜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된 호주의 산불 재난 상황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모았다. 웜뱃은 자신의 땅굴에 다른 동물들이 들어와도 내쫓거나 싸우지 않고 함께 생활하는 습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작은 포유류 동물들이 산불을 피해 웜뱃의 땅굴로 들어가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왔다.

영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다른 동물들을 자신의 굴로 안내하는 웜뱃의 영웅적인 행동이 호주 산불 상황에서 희망을 전하고 있다”고 지난 1월 보도했다. 그러나 웜뱃이 적극적으로 동물들을 굴로 이끄는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ABC 방송은 “산불 상황에서 다른 야생동물을 보호한다는 웜뱃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넓은 사막에 사는 웜뱃의 굴의 길이는 90m에 달하고 입구도 수 십 개라 평소에도 많은 동물들이 드나든다. 이런 특성이 산불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것. 또 굴속의 온도가 지표면의 온도에 비해 안정적인 편이라 여러 동물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게 초콜릿이 아니라 똥이라고?!

웜뱃은 정육면체 모양의 배설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런 모양의 배설물을 싸는 동물은 지구상에서 웜뱃이 유일하다. 웜뱃 배설물의 비밀이 지난 2018년 미국물리학협회(APS) 회의에서 밝혀졌다.

웜뱃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2㎝가량인 주사위 모양의 배설물을 하루에 80∼100개 만들어낸다. 다른 동물들이 동그랗거나 길쭉한 모양의 배설물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만든 배설물은 굴러갈 염려가 없기 때문에 웜뱃은 자신의 땅굴 앞에 배설물을 쌓아 영역 표시를 한다. 시력이 매우 나쁜 웜뱃은 배설물 냄새를 맡으며 땅굴을 찾아 돌아간다. 짝짓기 시기 이성을 유혹할 때에도 배설물을 이용한다.

각이 잡힌 주사위 모양의 배설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웜뱃의 장이 마치 고무처럼 잘 늘어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웜뱃의 장은 잘 늘어나는 부분과 뻣뻣한 부분으로 나뉜다. 뻣뻣한 부분에 배설물이 부딪히면서 정육면체 모양이 만들어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패트리샤 양 미국 조지아공대 박사는 웜뱃 배설물 연구를 통해 “정육면체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됐다”며 “제조업 분야에서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사위 모양의 웜뱃 배설물. 트위터 캡처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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