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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년 가는 한지의 비밀… “다양성도 으뜸, 지금도 맹활약”
  • 최유란 기자
  • 2020-06-21 14: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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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과거보단 종이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우리 삶에서 종이는 여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

이런 종이를 우리만의 전통 기법과 재료로 만든 것이 ‘한지’다. 1000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조선 왕실에서 주로 사용하던 한지인 ‘태지’가 복원되며 그 우수성이 다시금 조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지의 또 다른 면모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한지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태지를 사용한 고문서.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고문헌에 기록된 명칭만 284종”

한지의 우수성은 이제 많이 알려졌지만, 한지의 다양성은 여전히 모르는 이가 많다. 한지는 우리나라 고문헌에 기록된 명칭만 284종에 달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닥나무 섬유에 녹색의 ‘수태’를 넣어 만든 태지는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고급 한지로 일본, 중국, 미국에서도 태지를 각종 서적에 소개할 정도로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세계적 종이 연구가 다드 헌터 또한 1933년 태지를 수집한 뒤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종이 중 최고”라고 추켜세웠을 정도였다.

그러나 태지는 제법, 원료 등에 관한 정확한 기록이 전해지지 않고, 특히 태지의 원료로 언급되는 수태의 정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 오늘날에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경북대 문헌정보학과와 협업해 1700년대부터 제작된 태지 실물을 수집해 현미경적 구조를 분석했고, 그 결과 수태가 민물에 사는 녹조식물인 해캄류임을 밝혀냈다.

이후 경남과학기술대, 조현진한지연구소, 신현세전통한지와 공동 작업을 통해 태지 복원을 위한 다양한 제조법을 연구하고 시도한 끝에 결국 태지를 복원해냈다. 이번 태지 복원을 시작으로 한지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손영모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장은 “앞으로도 한지 복원 연구를 지속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문화를 되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지를 복원하는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활약 중

전통이라는 말이 따라붙는 만큼 한지는 ‘옛것’이라고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조선 사대부들이 사용할 법한 과거의 종이로만 여기는 것. 하지만 오해는 금물. 10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탄탄한 내구성과 보존성을 지닌 한지는 오늘날 세계 최고로 꼽히는 유럽의 박물관에서 귀중한 문화재를 복원하는 ‘마법의 재료’로 맹활약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복원에 한지를 사용한 것이다. 2018년 이탈리아의 지류 복원 전문기관인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는 다빈치가 1505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Codex on the Flight of Birds)’ 복원에 한지를 사용했다.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도서관에 보관 중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는 다빈치가 새와 박쥐의 비행 모습을 통해 발견한 항공공학 법칙 등을 스케치와 함께 기술한 자필 노트로, 여기에 나타난 다빈치의 아이디어들은 오늘날 글라이더와 비행기, 헬리콥터, 낙하산의 기원이 돼 다빈치의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작품이 제작된 지 500여 년이 지나며 군데군데 곰팡이가 생겨나는 등 심하게 오염돼 보존 작업이 필요했고 여기에 일반 종이보다 훨씬 질기고 튼튼한 한지가 사용된 것.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막시밀리안 2세 책상’ 손잡이 복원에 한지를 사용하는 등 한지는 최근 유럽 문화재 복원 시장에서 점차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루브르 박물관 보존·복원 총책임자들이 한지 제조 과정을 견학하기 위해 전북 전주시를 찾은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한지는 미국 국회도서관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서관에서도 주요 문서의 복원 처리에 사용되고 있다.


한지를 이용해 복원된 루브르 박물관의 막시밀리안 2세 책상. 전주시 제공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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