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황학정 국궁전시관을 찾다 “내 화살은 바람보다 빠르지!”
  • 이지현 기자
  • 2020-05-13 16: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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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정 국궁전시관을 찾다

숨을 죽인 채 손끝 너머로 시선을 모은다.

활시위가 당겨지고 잠시 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그야말로 ‘쏜살같이’ 날아간다.

과녁에 ‘탁’ 하고 꽂히는 경쾌한 소리. 그 소리가 다시 듣고 싶어 손가락이 아픈 것도 잊은 채 다시 화살을 집어든다.

‘중독성’ 있는 이 놀이의 이름은 국궁. 우리말로 활쏘기다.

최근 문화재청이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새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활쏘기는 고구려 고분(역사적 자료가 되는 오래된 무덤) 벽화 ‘수렵도’에도 등장할 정도로 우리나라 역사에서

오래도록 함께한 전통 무술이자 놀이다.

여름 올림픽 공식 종목인 양궁은 익숙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국궁은 왠지 생소한 어린이들이 많을 터.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활을 만들고 활쏘기를 체험할 수 있게 마련된

황학정 국궁전시관(서울 종로구)을 최근 찾았다.​


산에서 바다에서 최고 재료를 공수하라!


만든 죽궁을 이용해 활쏘기를 하는 이지현 기자​

황학정은 조선시대 고종(조선 제26대 왕) 황제가 경희궁 안에 세웠던 사정(활 쏘는 사람들이 무예 수련을 위해 활터에 세운 정자)을 일컫는다. 황학정은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지금의 자리인 종로구 사직동으로 옮겨왔으며 이 근처에 자리 잡은 국궁전시관은 시민들에게 국궁의 전통과 역사를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조선시대 일반 습사(연습)용 각궁(동물의 뿔로 만든 국궁)은 물소 뿔, 산뽕나무, 대나무, 참나무, 벚나무껍질, 소의 힘줄, 민어 부레(어류의 공기주머니)로 만든 풀 등 일곱 가지 재료로 만들었다. 전시(전쟁할 때)용 각궁은 대나무를 뺀 여섯 가지 재료로 만들고 옻칠을 해 매우 두껍게 만들어 내구성과 장력(물체에 걸리는 힘의 크기)을 키웠다.

궁시장(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 기능 이수자인 국궁전시관 신동술 관장은 각궁의 재료인 민어 부레의 활용에 관해 설명했다.

“민어 부레를 고아서 만든 풀은 접착력이 매우 뛰어나요. 일반 화학 접착제는 활을 단단하게 굳게 하는 대신 활의 탄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지만, 부레로 만든 풀은 접착력과 탄성을 골고루 유지해 활의 완성도를 높이지요.”(신 관장)

재료를 공수하고 전통 각궁을 완성하는 데 보통 1년이 걸린다. 뿔을 깎고 각종 나무와 힘줄을 민어 부레풀로 붙이는 섬세한 작업을 통해 완성한 각궁은 본체를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도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그만큼 탄성이 뛰어난 것. 각궁은 뒤집어서 사용한 뒤 보관할 때는 다시 반대로 풀어낸다.

신 관장은 “일본 활은 우리나라 활보다 크기가 2∼3배에 이르는 데에도 사정거리가 약 35m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각궁은 145m 떨어진 곳에 과녁을 두고 경기를 할 정도로 화살이 멀리 날아간다. 작고 가벼워 휴대성과 전시 활용도도 더 뛰어나다”고 했다.


활쏘기 슝∼ 집중력 쑥!


신동술 관장이 얹은활(활시위를 걸어놓은 활)을 들고 있는 모습​


부린활(활시위를 벗긴 활)​


신 관장의 지도로 직접 활 만들기 체험을 해보았다. 활 만들기 체험에 활용된 주재료는 대나무. 대나무를 주재료로 만든 활은 대나무 죽(竹) 자를 써서 죽궁이라 일컫는다.

“전남 담양군에서 공수된 품질 좋은 대나무를 미리 불에 달구어 모양을 구부리고 깎아냅니다. 이 과정을 통해 활의 모양을 만들고 탄성을 높이는 것이지요.”(신 관장)

죽궁은 불로 달구고 깎아 만든 대나무 본체의 양 끝에 어른 손 한 뼘을 조금 넘는 또 다른 대나무 조각인 ‘고자’를 덧대 묶어 만든다.

신 관장은 아크릴 끈을 이용해 고자를 고정하는 시범을 보였다.

“시작실(실의 시작 부분)을 한 손으로 꾹 누르면서 반대편 손으로 끈을 당기며 감아내야 해요. 그래야 튼튼하게 대나무가 고정된답니다.”(신 관장)

맨손으로 가는 끈을 잡아당기니 손가락이 제법 뻐근했다. 최대한 힘을 주어 고자를 고정한 뒤 활의 양 끝에 또 다른 끈을 잇대어 활시위를 만들어 죽궁을 완성했다. 전통적인 죽궁은 원래 소의 힘줄을 이용해 고자를 고정한다.

만든 죽궁을 들고 과녁 앞에 섰다. 신 관장은 “검지, 중지, 약지를 같이 이용해 활시위를 당기는 양궁과 다르게 국궁은 엄지를 이용해 활시위를 당긴다”고 설명했다.

신 관장의 설명에 따라 활시위를 당기기를 여러 차례. 처음에는 어정쩡하던 자세가 조금씩 나아졌다. 신 관장은 옆에서 “배와 양쪽 다리에 단단하게 힘을 줘라.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바른 자세로 활을 쏠 수 있다”며 지도했다. 과녁의 중심을 맞추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자 점점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났다. 신 관장은 “집중력 향상에 이만한 운동이 없다.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어린이들이 이곳을 찾아 활쏘기로 운동도 하고 집중력도 키워보길 바란다”며 웃었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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