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키워드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상으로 전년도에 발표된 미국 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작품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영화 ‘겨울왕국 2’의 주제가를 부르는 10개국의 ‘엘사’ 역 배우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무엇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국내를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거머쥐었으며 아시아 최초로 각본상과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았다. 아카데미가 역사상 영어가 아닌 언어로 된 작품에 작품상을 준 것은 기생충이 최초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의 ‘In to the unknown’(인 투 디 언노운·숨겨진 세상) 축하 무대는 원곡 가수 이디나 멘젤뿐 아니라 덴마크, 독일, 일본, 노르웨이, 폴란드, 러시아, 스페인, 태국 등에서 이 노래를 현지어로 더빙한 10명이 함께 꾸몄다. 이들이 각자의 언어로 겨울왕국 2의 주제가를 함께 부른 것.

이렇게 변화를 꾀한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지만 여전히 다소 폐쇄적인 모습을 보였던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시상자들이 연기상 부문 후보에 지명된 유색인종 배우가 거의 없다는 점과 감독상 후보에 여성 감독이 없다는 점을 비판한 것.

남우조연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정말 훌륭한 감독들이 후보에 많이 올랐지만, 여성 감독이 빠졌다”고 지적했으며 크리스 록과 함께 등장한 스티브 마틴도 “지난 92년 동안 얼마나 아카데미가 바뀌었는지 생각해보라. 그동안 흑인 배우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했는데, 2020년에는 딱 한 명이 있다. 정말 많이 변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올해는 아카데미 역사 92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음악상 시상자인 시거니 위버는 ‘캡틴 마블’을 연기했던 브리 라슨과 ‘원더 우먼’ 갤 가돗과 함께 무대에 올라 “모든 여성, 소녀들, 어머니들, 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꼭 목소리를 내시기 바란다. 우리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여성 참석자들이 호응하듯 기립박수를 쳤다.​

▶“오스카 소 화이트.”(#OscarsSoWhite)

오스카 소 화이트는 ‘오스카는 백인 중심적인 시상식이다’를 뜻하는 말입니다. 1929년부터 시작되어온 역사가 깊은 이 시상식에 수상 후보자로 주로 백인, 그중에서도 남성이 선정되어 특정 인종만의 축제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지요.

2016년에는 모든 후보와 작품상에 흑인 배우나 감독이 아무도 오르지 못하면서 많은 배우가 시상식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기생충의 수상을 비롯해 다인종과 양성평등을 내세운 아카데미의 변화는 이런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 영화인과 팬들의 축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 뼘 더]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를 담은 해시태그는?

백인 중심의 축제라는 오명을 얻어온 아카데미 시상식. 올해는 다양성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적극적인 변화를 예고했는데요.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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