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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 문예상 월말장원(10월)/산문]엄마의 서랍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1-11-05 2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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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문예상 월말장원(10월)/산문]엄마의 서랍

시계도 늦잠을 부리는지, ‘찌르르릉’ 울리지도 않고, 시끄럽게 떠들어야 할 전화기도 잠을 청하는지 너무 잠잠하기에 눈을 떴다. 일요일 10시였다. 딴 때는 9시면 일어나던 내가 10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자 여간 얄밉지 않았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어젯밤 꿈이 내 귀와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질질 끌다시피 발걸음을 옮기며 거실에 나가자 거실은 텅비어 있었다. 지글지글 계란부치는 소리도 나야 하고 쏴∼쏴아 샤워소리도 나야 하는 거실이 텅비어 있다니! 속으로 엄마 아빠가 산에 가신 것을 짐작하고 터져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막았다. 좀 더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너무 조용해서 잠이 잘 오지 않고 심심하기만 했다. 눈을 껌벅껌벅 거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작은 서랍장이었다. 낡고 예쁘지도 않아 관심 가져본 일도 없고…. 또 엄마께서 귀하게 여기시는 거라 손을 대보지도 않았다. 갑자기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지? 하는 의문이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어느 새 내가 서랍을 열고 있었다. 자그마한 서랍 6개, 그 안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첫번째 서랍을 열었다. 휴지로 싼 무언가가 두 개 있었다. 조심스럽게 뜯어보니 효영이와 나의 아기적 탯줄이었다! 뱃속에 있을 때 엄마와 내 몸을 유일하게 이어주었던 탯줄, 엄마의 눈물겨운 사랑과 큰 뜻을 알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둘째칸을 열었다. 거기에는 내가 어렸을 적 엄마께 드렸던 편지가 있었다. 글씨도 삐뚤빼뚤 하고 예쁘지도 않은 그런 편지. 그런 것을 갖고 계시다니! 다시 한번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칸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효영이와 나의 육아수첩이 자리잡고 있었다. 엄마가 나와 효영이를 임신했을 때 느낀 행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개의 칸은 비어 있었다. 조금 아쉬웠다. 그 채워지지 않은 3개의 서랍엔 무엇이 채워질까? 아주 열심히 생각해 보았다. 멋진 보석을 사서 채워드릴까? 예쁜 브로치를 사서 채워드릴까? 그 때 엄마께서 문을 두드리셨다. “유경아 엄마 왔다! 자니?” “아니요! 지금 나가요!” 달려나가면서 나는 그 서랍에 무엇을 넣을지 생각해 냈다. 바로 엄마와 나의 사랑이었다. “엄마 오래 사셔요.” 문득 내가 이렇게 말하자 엄마께서 눈을 둥그렇게 뜨셨다. 하지만 금방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너도 항상 건강해라. 건강이 최고인거 알지?” “엄마 고마워요!” “나도 항상 고마워.” 이제 두칸을 채운 셈이지? 속으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어느 새 나와 엄만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엄마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나도 유경이 사랑해.” 엄마와 나의 사랑으로 서랍이 모두 채워질거라는 기쁨에 내 마음은 금방이라도 빵!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있었다. 아름다운 보석을 얻은 듯이 내 마음은 너무도 행복했다. 그 뒤로 나는 서랍을 한번도 열지 않았다. 그 서랍을 열면 고이고이 담아 둔 엄마와 나의 사랑이 혹시 빠져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아직 엄마는 모른다. 6개의 서랍들이 엄마 몰래 꽉꽉 차 있다는 것을, 또 내가 엄마의 크고 큰 사랑을 알게 된 것을…. 정유경(인천 연성교 6-5) □심사평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글을 쓸 때는 우선 할 말을 염두에 두고 쓸 이야기의 순서를 정한 다음 붓을 드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고 할 말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짜임새는 갖추었는지 용어는 적절한지 살펴보며 여러 번 고친 다음, 손 볼 데가 더 없을 때 매듭짓는 습관이 필요하다. 장원에 오른 ‘엄마의 서랍’은 단연 돋보이는 글이다. 흔치 않은 생각과 느낌을 썼기 때문이다. 다만 도입부가 장황하고 늦잠은 늑장으로 고쳐써야 맞는 것 같다. 또 엄마 몰래 채워 넣은 나머지 세개의 서랍에 효경이와 아빠의 사랑까지 채워 넣었더라면 더더욱 좋지 않았을까. 우수상을 받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최지현 서울 서교교 6) 는 독후감의 틀을 벗어나 나무에 대한 생각을 썼다는데 호감이 갔다. 숲의 공기정화, 홍수예방 등 인간의 삶을 돕는 일과 책걸상, 책꽂이, 마루, 교실문 등 나무의 쓰임새까지 열거한 것은 좋으나 다른 사람들도 이만한 상식은 갖고 있지 않을까…. 강정규(동화작가)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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