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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빛나는 삶]‘휠체어 음악가’ 차인홍 교수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1-06-18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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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빛나는 삶]‘휠체어 음악가’ 차인홍 교수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영산아트홀에서는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색다른 음악회가 열렸다. 한국 시각장애인협회와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방송 ‘사랑의 소리’(www.voc.or.kr)가 공동주최한 이 연주회에서 협연자는 물론 교향악단 지휘자까지 모두 장애인이었던 것. ▷사진설명:‘휠체어 음악가’차인홍 교수가 1일 충북 청주시 충청대학 컨벤션센터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다. 음악회 협연자로는 시각장애 클라리넷 연주가인 중앙대 이상재교수, 지체장애인인 첼리스트 이종현씨(대전시향),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로 화제를 모았던 이희아양(계몽중 3학년) 등이 나와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이 날 누구보다 관객의 아낌없는 큰 박수를 받은 인물은 휠체어를 탄 지휘자 차인홍교수(42·미국 오하이오주 라이트 주립대). 경기 구리시교향악단을 이끌고 이들과 협연을 한 차교수는 장애인으로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해외에서 훌륭한 지휘자로 활동을 펼쳐왔기 때문. 지난해 4월 미국 라이트 주립대학의 음악대학 교수 겸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임명된 차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장애를 극복한 한국의 음악인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난 차교수는 두살 때부터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쓸 수 없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초등학교 과정을 간신히 마쳤지만 중학교 진학은 포기해야만 했다. 심한 장애로 인해 더 이상 학교공부를 할 수 없었지만 정말 그를 불편하게 한 것은 주위의 시선. 당시만 해도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불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 차교수를 지켜준 것은 대전 성세재활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처음 만진 바이올린. 바이올린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악기를 접할 수 없었던 차교수는 처음 만져본 바이올린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외롭고 힘들 때면 밤새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힘과 용기를 되찾았다.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운 것도 바이올린을 배우면서부터.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한 그는 82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 장애인을 받아주는 대학이 드물었기 때문. 아울러 마라톤과 농구 등 스포츠를 통해 도전정신을 길렀다. “장애인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학준비를 하면서 장애인 체육대회에도 참가하고 장애인올림픽에도 참가해 금메달을 따기도 했지요. 스포츠는 나에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심어줬습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미국인들 사이에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느꼈다. 86년 오하이오 주립 신시내티 음대를 졸업한 그는 뉴욕 시립 브루클린음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91년 귀국해 대전시립교향악단 악장을 맡아 왕성한 연주활동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고국에서 다시 한번 좌절을 맛보게 된다. 뛰어난 연주 실력과 의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칠 수 없었다. “대학교수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을 했더니 얼마 후 그 대학에서 부르더군요. 이제 나의 꿈인 대학교수가 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대학에 찾아갔는데 연주실력도 뛰어나고 논문도 우수하지만 장애인이기 때문에 채용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어요.” 교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97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마침내 99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지휘 전공 박사 학위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해 다른 대학의 교수 7명을 포함한 100명이 넘는 경쟁자와 당당히 겨룬 끝에 평생의 꿈이던 대학교수가 되었다. 차교수는 이 때 5차례의 실기, 이론, 인터뷰 시험을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금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대학내 현악 4중주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교항악단 지휘도 맡고 있다. 대학에서는 차교수의 활동을 위해 대학 음악관에 휠체어 이동시설을 새롭게 만들고 전용 주차구역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차교수는 교수가 된 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체의 장애는 음악이나 인생에 아무런 장애가 아니다. 진짜 장애는 ‘비장애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호 기자>gsleeho@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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