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을 따지기보다 제품을 사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고 이로 인해 만족도를 높이길 원하는 소비자 즉, ‘펀슈머(fun-sumer)’가 소비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펀슈머는 재미를 뜻하는 영어단어 ‘펀(fu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를 합한 말. 말장난, 음식 상표명을 입힌 옷 등 상상치 못한 조합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제품들을 만나본다.​


밀가루 포대? 이게 바로 멋!​


곰표 패딩. 4XR 홈페이지 캡처​

옷의 정 가운데 한글이 큼지막하게 적힌 옷. 왠지 입기가 부담스러울 거 같지만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대한제분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패션몰 포엑스알(4XR)과 협업해 곰표 컬렉션을 선보였다. 밀가루 포대에 쓰던 초록색 곰 모양 로고와 ‘곰표’라는 글자가 써진 맨투맨 셔츠와 패딩 등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 이 컬렉션은 7차 판매분까지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한제분 곰표의 마케팅 담당자는 “곰표와 의류 브랜드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재미 요소를 만들어 내며 20∼30대의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패딩과는 다르게 한정된 기간만 파는 만큼 희소성이 높아져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끈 것. 이미 주요 사이즈는 4XR 홈페이지에서 품절 된 지 오래다.

특히 곰표 패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이른바 인싸(각종 모임에 잘 참여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인 ‘인사이더’의 줄임말) 아이템으로 관심을 끌었다. 인기 연예인을 비롯해 일반인들도 곰표 패딩을 입고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하면서 곰표 패딩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과자 브랜드 프링글스와 무신사 패션 브랜드 이터(ITER)가 협업한 티셔츠와 농심과 에잇세컨즈가 협업해 만든 새우깡 잠옷, 빙그레와 휠라가 함께 만든 메로나 운동화 등도 특이하고 희소한 제품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말장난도 괴짜 아이디어도 ‘좋아!’​


CU 과자 ‘라떼는 말이야’. BGF 리테일 제공​

“라떼는 말이야.”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 되는 ‘라떼는 말이야’는 “나 때는 말이야”를 습관적으로 외치는 고리타분한 기성세대를 풍자하는 언어유희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CU는 최근 이 유행어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직장 생활을 담은 웹툰을 그려 인기를 얻은 양경수 작가와 협업해 이색 과자 ‘라떼는 말이야’를 최근 한정 출시한 것. 일반적으로 스낵 제품의 포장지는 과자의 내용물을 디자인해 꾸미는 것과 다르게 이 제품은 부장과 사원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그려 넣었다. 부장이 “세상 참 좋아졌어. 나 때는 어땠는 줄 아나?”라고 물으면 사원이 “네, 매일 들어서 잘 압니다”라고 미소지으며 단호하게 받아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것. ‘라떼는 말이야’라는 과자의 이름에 맞게 커피와 초콜릿을 넣어 만든 과자가 내용물로 들어가 있다.

SNS상에서는 해당 과자를 구매한 뒤 인증하며 “군 복무 시절에 자주 듣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회사의 그 사람이 딱 생각나는 과자다”라며 과자를 구매한 소감을 남겼다.

CU는 또한 지난해 10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와 손잡고 이색 국물 떡볶이를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겉으로 볼 때는 커피전문점의 테이크아웃 컵이지만 속을 열어보면 떡볶이가 들어있는 제품. 남몰래 떡볶이를 담아 마치 커피인 것처럼 먹는 콘셉트였다. 이는 SNS 등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출시 한 주 만에 한정 수량 2만 개가 모두 소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몰래 먹는 떡볶이​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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