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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빛나는 삶]‘슈퍼땅콩’ 김 미 현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9-11-19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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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빛나는 삶]‘슈퍼땅콩’ 김 미 현

‘슈퍼땅콩’ 김미현(22세)이 99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고 신인왕에 오른 것은 한편의 인간승리였다. 김미현이 우승트로피를 거머쥐는 순간 그의 아버지 김정길씨(53세)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비로소 미소가 그려졌다. 낯선 미국땅에서 처절할 만큼 힘들었던 중고 밴 생활을 잘 이겨낸 딸과 아내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이제 가족들의 맘 고생이 끝나는구나’하는 가장으로서의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텍사스에서 뉴저지까지 18시간 밴을 몰고 가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더 힘들었던 것은 미현이가 ‘과연 미국땅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떨치고 자신감을 찾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세계 정상의 여자 골프선수가 된 김미현. 그동안 그는 운이 없었다. 초등학교때 남자 아이들을 울려 ‘왈가닥’이라 불렸던 김미현. 초등학교 6학년이던 열두살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부산에서 종업원 70여명을 둔 중견 신발 제조업체의 사장이었던 아버지 덕택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급스포츠 골프에 일찍 눈을 떴다. 그러나 따스했던 봄날은 한 철로 끝났다. 부산진여고 2년때 사업이 잘못돼 식구들이 모두 거리로 나앉아야 할 형편에 처했다. 그때 김미현의 골프 철학이 바뀌었다. ‘더이상 골프는 취미나 운동이 아니다. 골프는 우리 가족을 일으키기 위한 삶이자 생활 수단이다’라고. 그후 김미현은 1년 후배인 박세리와 함께 국내 아마추어 골프 무대를 주름잡았다. 프로에는 박세리가 먼저 뛰어들었다. 김미현은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용인대에 진학했다가 2학년을 마친 후에 뒤늦게 합류했다. 별차이가 없어 보였던 두사람의 운명은 후원계약과 함께 크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박세리는 삼성(아스트라)이라는 든든한 후원사를 얻은 반면 한발 늦은 김미현은 국제상사(프로스펙스)와 계약을 했다. 박세리가 미국에서 아파트와 코치 비용, 체재비 등 풍족한 지원을 받으며 세계 무대를 두드릴 즈음, 김미현의 후원사인 국제상사는 형편이 어려워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김미현은 1년뒤인 98년 11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미국으로 갔다. 김미현의 ‘아메리칸 드림’은 이렇게 시작됐다. 본인은 그리 개의치 않았지만 153㎝밖에 안되는 작은 키는 골프에서 분명한 약점이었다. ‘장기간의 미국투어에서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힘들다’고 지레짐작한 후원가들이 별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한파로 기업들도 선뜻 후원자로 나서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 한때 현대와 거의 최종 합의에 이르렀으나 후원하려던 계열사 회장이 갑자기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무산되는 등 불운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김미현은 괴나리봇짐 하나만 등에 맨 채 미국 투어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투어 생활은 쉴 틈 없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김미현 가족의 생활 공간은 2만3000달러(약 2700만원)를 주고 산 중고밴이 전부. 이동과 숙식이 주로 여기서 이뤄졌다. 대회 중에는 모텔을 잡기도 했지만 경비를 아끼려고 방 1개짜리 객실을 빌려 세 식구가 함께 지냈다. 교민들의 도움은 큰 힘이 됐다. 곳곳에서 후원회를 결성하겠다는 연락이 왔고 가는 곳마다 김치와 쌀을 주며 물심양면의 지원을 했다. 김미현은 4월 칙필A채리티선수권대회에서 공동 9위로 미국 LPGA투어에서 생애 첫 10위 안에 들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7월 한별텔레콤과의 스폰서계약은 김미현의 LPGA투어 생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김미현은 한별텔레콤과 스폰서계약을 한 뒤 첫 출전한 JAL빅애플에서 1라운드 4언더파의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도 바이러스성 독감으로 중도포기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듀모리에클래식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해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9월7일 꿈에도 그리던 LPGA투어 우승을 이뤄 아픈 기억을 깨끗이 씻어냈다. 김미현은 현재 데뷔 첫 해 2승을 기록함으로써 LPGA투어에서도 정상권의 실력을 갖춘 선수로 확실히 인정을 받았다. 김미현에겐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자신이 힘든 시절을 보냈던 만큼 어려운 이웃을 돌볼 줄 안다. 2승을 거두고 귀국한 10월 김미현은 곧바로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골프클리닉행사에 참가했다. 장시간의 여행으로 인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행사에 참가한 것은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김미현은 귀국하기전 혈관이형성증이라는 병에 걸려 투병중인 생후 15개월의 최석주군의 사정을 들었다. 석주군은 혈관이 막히는 증상으로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미현은 앞으로 모든 경기에서 버디를 기록할 때마다 1만원을 불우아동돕기 성금으로 내는 ‘사랑의 버디 대행진’을 갖기로 했다. 김미현의 성금은 한국이웃사랑회를 통해 학대 받는 아동, 장애 아동, 고아 등 불우아동을 돕는 데 쓰여진다. 김미현은 “얼마전까지 남의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제는 내가 남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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