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속에서 뒤돌아보는 60년대 어렵던 시절의 가족 이야기 ‘육남매’(연출 이관희, MBC TV 수목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에 출연 중인 어린이들의 역할이 날로 빛을 더하고 있다. ‘육남매’는 경제 개발 초기인 60년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홀어머니와 여섯 남매의 모습을 통해 정감어린 가족애와 형제애를 잔잔하게 그려간다. 이 프로의 특징은 아역 연기자들의 대거 출연에 있다. 장남 이창희역에 오태경(서울 신사중 3년), 장녀 숙희역에 이미미(서울 수서중 3년), 차남 준희역 노형욱(서울 등명중학교 1년), 차녀 말순역 송은혜(6살), 3남 두희역 이찬호(서울 언북초등학교 3년)를 비롯, 은실역 송혜교(서울 은광여고 2년), 은경역 이효정(인천 신흥여중 3년), 사발짱구역 허웅(서울 인창중 2년), 고구마역 정승원(고양 종합고 1년), 양철역 김태진(서울 신강초 2년), 성자역 채성희(서울 은석초 4년) 등 초·중학생 연기자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들이 많은 많큼 촬영장에서 생긴 우스개 이야깃거리 또한 많다. 두희역의 이찬호 군은 코흘리개 분장을 위해 물엿을 바르고 다니는데 촬영 중 수시로 콧물을 핥을 것을 지시받는다. 이에 천연덕스럽게 누런 콧물을 쓰윽 핥아먹는 찬호 군을 보고 제작진 중 한 사람이 “두희 간식은 콧물”이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는 것. ‘뚱띵이’ ‘날으는 돈가스’로 불려도 잘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찬호 군은 농구 선수가 장래 희망. 요즘은 시간이 없어 미루고 있지만 촬영이 끝나는 대로 쿵후를 배우고 싶단다. 극중 두희와 말순은 장사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빈 집에서 밥을 찾아 먹는 장면이 있었다. 마땅히 반찬이랄 것도 없던 당시에 간장을 반찬삼아 먹었다는 것을 알 리 없는 말순역의 송은혜 양은 ‘간장을 찍어 먹으라’는 연출자의 지시에 간장을 국인 양 한 숟가락 가득 입 안에 쏟아 넣고는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견디기 힘든 표정을 지었고, 옆에 있던 찬호 군은 촬영 중이라 웃음을 참느라고 죽을 힘을 다 했다고. 또 연기가 뭔지, 드라마가 뭔지 모르는 어린이들인만큼 잘못돼 다시 촬영해야 하는 엔지(NG)도 평균 열 번 가까이 냈다. 여섯 살짜리 은혜 양은 17번으로 최다 NG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 ‘육남매’의 성공 여부는 여섯 남매의 줄거리를 이끌어갈 아역 연기자 선정에 달렸다고 할 수 있었던만큼, 연기자 선발 기준은 첫째 ‘얼굴이 알려지지 않고’, 둘째 어렵고 못살던 60년대 당시의 상황에 맞는 ‘촌스럽고 못생긴 어린이’였다. 두희역의 이찬호 군은 이주일 흉내로 단번에 장내를 웃겨 처음부터 눈길을 끌어 모았고, 고집쟁이 말순역의 송은혜는 당시의 옷을 입히자 옷이 촌스럽다며 한사코 입기를 마다한 채 30분 이상씩이나 울어 고집쟁이 역할에 적격이라는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았다. 숙희역의 이미미 양은 어머니역의 장미희 씨를 닮았다는 이유로 단번에 뽑힌 행운아. 그 밖의 배역들도 되도록 ‘촌스러운 분위기’에 맞춰 선발했다고 한다. 드라마 작가 최은실 씨는 “자식을 위해 한몸 돌보지 않고 희생하는 은근과 끈기의 우리 어머니를 그렸다”며 “지금의 어려움은 큰 어려움이 아니다. 우리에겐 훨씬 더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섰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60년대 그 겨울의 따뜻한 가족 이야기 ‘육남매’. ‘내일의 스타’를 준비하는 아역 연기자들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김신성 기자〉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