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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국 문예 백일장/산문부 최우수상]네잎 클로버에…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10-28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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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 문예 백일장/산문부 최우수상]

《지난 18일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비성공원에서 열린 제14회 서부 경남 지역 호국 문예 행사(주최 공군교육사령부)에는 서부 경남 지역 149개 초등학교에서 1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참가, 글짓기 실력을 겨뤘다. 이 대회 운문·산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진주 중안교 5학년 윤송이 양과 진주 망경교 6학년 안유진 양의 작품을 싣는다.》 ▼산문부 최우수상▼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본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이 부럽다. 넓은 연병장 한쪽엔 커다란 비행기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 다녔을 비행기들이 날개를 다쳐 쉬고 있는 것이다. 씩씩한 공군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오빠 생각이 난다. 때론 너무나 짓궂어 나와 다투기도 했지만 내가 부모님 다음으로 사랑하는 오빠다. 오빠는 운동 중에 넘어졌는데 허리를 크게 다쳤다. 그날은 내가 학교 잔디밭에서 처음으로 네잎 클로버를 찾은 날이었다. 엄마에게 자랑하려고 집으로 뛰어 왔는데 학교에 있어야 할 오빠가 방안에 누워 있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내가 찾은 네잎 클로버가 꼭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다. 오빠가 부산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기 전날 나는 긴 머리를 잘랐다. 당분간은 아빠와 둘이서만 지내야 하는데 내게는 긴머리를 손질할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제일 아끼는 머리였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오빠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회사에서 늦게 오시는 날이면 넓은 집에 혼자 있기가 무서웠다. 그럴 때마다 숙제를 가지고 오빠 방으로 가서 공부했다. 오빠 방에는 조그마한 모형 비행기가 여러 개 있다. 오빠는 어렸을 적부터 비행기를 무척이나 좋아해 장난감도 비행기만 사달라고 졸랐다 한다. 초등학교 때는 모형비행기 날리기 대회에서 상도 여러 번 탔다. 그래서인지 오빠의 꿈은 전투비행기 조종사였다. 이 다음에 커서 공군 조종사가 되면 제일 먼저 나를 태워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다. 나는 책 속에 끼워 놓았던 네잎 클로버를 꺼내 모형비행기 날개에 붙여 놓았다. 며칠 후에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연락이 와서 그 다음 일요일에 아빠를 따라 병원에 문병을 갔다. “오빠, 괜찮아?” “학교 안 가니까 좋지?” 오빠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병실에서 허리 수술을 하고 나면 군대에 못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 공군 조종사가 되려던 오빠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된다. 나는 오빠가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왔다. 이제 오빠는 다 나아서 학교에 잘 다닌다. 그 전보다 키도 커지고 마음도 넓어져서 그런지 심술도 안 부리고 내게 잘해 준다. 날개를 다쳐 잔디밭에 앉아 있는 비행기처럼 오빠도 잠시 몸이 아파 쉬었다고 생각한다. 오빠는 꼭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다리가 긴 오빠가 공군 제복을 입은 더 멋진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오늘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는 비행기를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안유진/경남 진주 망경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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